포퓰리즘 방패 재정준칙
있는 법도 못지키는데…재정준칙 실효성 있을까 나라 곳간이 비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을 만든다는 게 재정준칙의 취지지만 현행법에서도 나라의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는 규정돼 있다. 다만 채무나 지출에서 지켜야 할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때그때 상황과 정치 논리에 맞게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를 어겨왔다는 지적이다....
있는 법도 못지키는데…재정준칙 실효성 있을까 나라 곳간이 비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을 만든다는 게 재정준칙의 취지지만 현행법에서도 나라의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는 규정돼 있다. 다만 채무나 지출에서 지켜야 할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때그때 상황과 정치 논리에 맞게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를 어겨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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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한국형 재정준칙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준칙은 수입과 지출, 수지, 채무 등 4개 분야 재정운용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전년대비 부채비율 증가율 등 상대적인 기준으로 준칙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기재위에 참석해 "긴급한 위기나 재난 시 재정준칙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연한' 재정준칙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20대 국회때도 △국가채무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45%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의 3%로 관리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었다. 최근 몇년간 국가채무와 관리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충격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이같은 상한선을 지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거친 결과 올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다. 문재인 정부 이후 3년만에 36%에서 8%포인트 가까이 치솟
나라 곳간이 비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을 만든다는 게 재정준칙의 취지지만 현행법에서도 나라의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는 규정돼 있다. 다만 채무나 지출에서 지켜야 할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때그때 상황과 정치 논리에 맞게 재정건전성 유지의무를 어겨왔다는 지적이다. 재정준칙이 제구실을 하려면 구체성과 함께 어느 정도 강제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이 법은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법안을 제출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하도록 하고, 5년 단위 재정관리계획을 세우게 하고 있다. 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해 정치권이나 정부 임의대로 예산편성 및 확장을 제한했다. 문제는 일반론적인 '원칙'에 초점을 맞춘 데다 강제성이 약한 탓에 현실에선 재정건전성 유지의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세감면한도다. 사실상
5년 단임 대통령제 정부는 단기간에 치적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 5년 내 아니 레임덕이 없는 3~4년 내에 선명성있는 정책을 정착시키지 않으면 차기엔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어서다. 치적을 쌓으려면 재정이 필요하다. 보수건 진보건 너나 할 것 없이 재정에 유혹을 느낀다. 박근혜 정부는 노인연금으로 보수층 지지세를 붙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에 더해 전국민고용보험과 재난지원금을 만들어냈다. 이제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 반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회성 자금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국민들에게 월급을 주자는 것이다. 기존 복지성 지출을 일부 없애더라도 재정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기축통화국이 아니고서는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 410조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반 만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채무비율은 36%에서 43.9%로 치솟았다.
재정준칙은 이미 세계 주요국이 도입·운영 중인 ‘보편적 제도’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진행 중이고 경기 악화로 재정의 필요성이 강조된 최근에는 예외 규정을 두면서 '유연성'을 많이 허용하는 모습이다. ━재정준칙, 92개국 도입━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준칙을 도입·운영 중인 국가는 세계 총 92개국에 달한다. 특히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 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도입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연구개발과제로 작성된 ‘재정준칙 활용에 관한 주요국 사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준칙은 1990년대에는 5개 국가(독일, 인도네시아, 일본, 룩셈부르크, 미국)만 도입했었다. 일본과 독일은 재정준칙의 역사가 각각 1947년,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처럼 초기에는 주로 선진국이 재정준칙 도입을 선도했지만, 최근 20여년 동안 개발도상국 등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며 현재 92개국까지 늘어난다. 보고서는 이런 원인에 대해 △1990년대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정부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제시한 준칙의 강제성을 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확장재정, 유연한 재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를 예외로 할지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을 예외로 한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은 결국 모든 경우가 예외라는 말과 같다는 얘기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예외조항이 너무 많으면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쉽게 재정준칙을 어길 수 있다"며 "예외는 구체적인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유연성을 강조하며 '선언적'인 재정준칙을 마련한다면 없을 때와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목표 국가채무비율을 2024년까지 50% 후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