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아동을 위한 곳은 없다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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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군(15)은 한동안 인근 조직폭력배의 집에서 숙식하며 학교에 다녔다. "너는 세상 밖에 나와서는 안 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모가 싫어서 집을 나왔다. A군은 수년 전 아동학대 피해자로 신고돼 부모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다. 당시 외상 등 학대 정황이 명확했기 때문에 분리 조치가 이뤄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가정으로 돌아왔다. 이후 부모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대신 남들에게 티가 안 날 정서적 학대를 가하기 시작했다. 친구 집을 전전하던 A군은 결국 '동네 친한 형'인 조직폭력배 형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2. 초등학생 B양(12)은 아동학대 피해자로 신고가 3번이나 들어간 이력이 있다. 한 번은 영양실조로, 두 번은 부모의 폭력으로 신고를 당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폭력 수위가 전치 4주만큼 심각하지 않다며 긴급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절차상 아동과 부모 모두의 동의서를 받아야 분리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나서서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해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은 어디로 갈까.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차적으로는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단기보호시설에 수용된다. 쉼터는 학대를 당한 아동(0~18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며 지자체가 설치·운영한다. 1곳 당 최대 7명의 아동이 보호·수용된다. 기간은 최대 9개월 정도이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분리 기간 동안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행위자를 모니터링한다.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의 재결합이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 아동은 △입양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복지시설 등 장기보호에 들어간다. 가정위탁은 주로 0~2세 영유아에게 우선 배정된다. 공동생활가정은 쉼터처럼 7명 정도가 모여 사는 아동그룹홈이, 아동복지시설은 보육원 등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가정위탁보호 양육보조금 겨우 20만원… "국비 지원돼야"━가해 부모들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기보호기관뿐만 아니라 중장기보호기관 역시 국
전국 시·군·구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업무만 맡는 전담공무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많은 아동학대 신고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아동학대 대응 기관인 경찰과 전담공무원 간 역할도 겹쳐 책임·업무를 서로 전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담공무원, 경찰, 현장 전문가 등이 아동학대 업무를 협업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담공무원은 지난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18개 시·군·구에 290명 배치됐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지역에 전담공무원을 두고 인원은 664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턱없이 부족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조사 질 저하 우려━ 지난해 10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이로 주로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맡는다. 기존에 민간단체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담당했던 일이다. 아보전 소속 조사 인력은 민간이다
20여 년 전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응급실에 한 남매가 실려왔다. 엄마는 "같이 죽으려고 약을 먹였다"고 했다. 오랫동안 배를 곯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구사일생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보내는데 영 걱정이 됐다. 또 엄마가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것 같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고 사흘 후 조사하러 병원에 나온 경찰들은 의사에게 '역고소'를 들먹였다. 가해 부모는 "약을 먹인 게 아니라 아이들이 알아서 집어먹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허위 신고로 고소한다며 길길이 날뛴다고 했다. 부모의 일관된 진술 때문인지 학대 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사건을 신고했던 소아과 의사 A씨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선 가해자들이 신고자를 집요하게 찾아내 항의하는 일이 똑같이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행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2항)은 어린이집이나 유·초·중·고교 교사, 의사 등 24개 직군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16개월 여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아동학대 신고 시 즉시 수사 착수 등을 골자로 한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지만 해결 과제는 아직 산적해있다. 현장 인력·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의 기계적 분리 등은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꾸준한 가해자 교육과 면밀한 사후 모니터링 등의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대 무혐의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아동재학대를 막으려면 가해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제 분리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뿐더러 분리가 되더라도 아이가 원가정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아동학대 3만45건 중 원가정 보호를 유지하는 경우는 2만5206건(83.6%)이다. 분리 조치가 내려졌다가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온 건도 844건(2.8%)이나 된다. 현재는 분리기간 동안 학대 혐의가 있는 양육자는 교육을 받는다. 학대행위 지속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