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의 위용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코트에 들어서 몸을 풀고 라켓을 휘두른 지 단 2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2연패에 도전하는 '셔틀콕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이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금빛 레이스의 산뜻한 첫발을 뗐다.
안세영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카밀라 스마구로바를 세트스코어 2-0(21-5, 21-5)으로 완파하며 가볍게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완벽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방전부터 안세영의 노련한 코트 장악력이 빛났다. 날카로운 대각 드롭샷과 빈틈을 찌르는 정교한 클리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매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스마구로바는 안세영의 철벽 수비와 빠른 템포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연신 실책을 쏟아냈다. 안세영은 무려 11연속 득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1세트를 단 5점만 내주고 가져온 안세영은 2세트에서도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은 채 똑같이 21-5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체력 소모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토너먼트 일정에서 단 20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체력을 아낀 최상의 결과였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대회 2연패를 향한 시동을 힘차게 걸었다. 이미 올해 세계선수권과 중국 마스터스를 연달아 제패하며 적수가 없는 독주 체제를 구축한 안세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절정의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 한국은 준결승전 끝에 아쉽게 일본에 패하며 단체전 2연속 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안세영 개인의 활약만큼은 독보적이었다. 출전한 모든 매치에서 전승을 기록했고, 준결승에서는 숙적이자 세계랭킹 3위인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마저 2-1로 꺾어내며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냈다.
단체전 일정을 마친 뒤 달콤한 휴식으로 컨디션을 조율한 안세영은 단식 시작과 동시에 한 수 위의 기량을 증명하며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안세영은 이날 오후 스리랑카의 라니티마 리야네지와 맞붙어 8강 진출을 놓고 승부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