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아무도 없던데요" AG 2연속 ERA 0.00 국대 클로저의 마지막 승부... "끝은 꼭 삼진이고 싶었다"

"뒤에 아무도 없던데요" AG 2연속 ERA 0.00 국대 클로저의 마지막 승부... "끝은 꼭 삼진이고 싶었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2026.09.29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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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현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1이닝 무실점 3탈삼진을 기록하며 한국 야구의 5연패 달성에 기여했다. 항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한 박영현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귀국한 박영현은 소속팀 KT 위즈의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 다음 날이라도 등판 대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박영현이 21일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대만경기 9회초 등판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2026.09.21.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박영현이 21일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대만경기 9회초 등판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2026.09.21.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제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금메달까지 남은 건 아웃카운트 다섯 개. 더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박영현(23·KT 위즈)은 마지막 공까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뿌렸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삼진으로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AG) 5연패 달성에 방점을 찍었다.

박영현은 28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정말 큰 경기였는데 잘 마치고 돌아온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아시안게임에서 박영현에게 '자책점'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됐다. 박영현은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이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 4경기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5⅓이닝 동안 볼넷은 단 하나뿐이었고 8개의 삼진을 잡았다.

3년이 지나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박영현은 3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4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고 8탈삼진을 솎아냈다. 3년 전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보여줬던 강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1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일본과 슈퍼라운드에서도 1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뒷문을 책임졌다.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박영현이 21일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대만경기 9회초 등판하고 있다.  2026.09.21.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야구대표팀 우완투수 박영현이 21일 아이치현 오카자키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대만경기 9회초 등판하고 있다. 2026.09.21.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도 역시 박영현이 있었다. 한국이 3-1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조병현(24·SSG 랜더스)에 이어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1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고 3개의 삼진을 잡으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박영현은 "(조)병현이 형 주자를 막은 게 제일 컸다. 나는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그냥 무조건 죽자는 마음으로, 잘 막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래도 마지막 공이 제일 잘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돌아봤다.

체력적으로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짧은 기간 여러 차례 등판했고 결승에서는 멀티 이닝까지 맡았다. 설상가상 경기 도중 비가 내리면서 마운드 상태까지 좋지 않았다. 박영현은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결승전에는 무조건 던진다는 생각으로 했다"라며 "마운드가 별로 안 좋았는데 그걸 탓하기 싫었다. 그냥 순수하게 내 실력을 믿고 경기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박영현은 9회 2아웃을 잡은 뒤 볼넷을 내줬고 후속 타자에게 안타까지 허용하면서 2사 1, 2루가 됐다.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다시 주자가 쌓였다. 박영현은 "마지막에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는데 심판이 잡아주지 않아서 볼넷이 됐다. 힘이 빠지더라"며 "그래도 '이것만 잡으면 금메달이다'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목이 터져라 자신을 응원하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의외로 큰 힘이 됐다. 박영현은 "정말 모든 선수가 간절했다. (곽)빈이 형이 앞에서 잘 막아줘서 우리(불펜)도 좋은 시너지를 냈다. 또 (최)준용이 형, (소)형준이 형, (오)원석이 형이 더그아웃에서 목이 찢어지라 응원해서 너무 좋았다. 형들이 그렇게 해줘서 우리도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박영현(왼쪽)과 조병현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박영현(왼쪽)과 조병현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그렇게 마지막 타자를 마주해서는 다시 힘이 솟았다. 박영현은 "다음 타자가 거포처럼 생겨서 그냥 전력으로 던졌다"며 "계속 나를 노려보면서 들어오길래 거기서 더 (승부욕이) 올라왔다"고 웃었다.

마지막 장면만큼은 이미 마음속에 그려놓은 그림도 있었다. 박영현은 "차라리 볼넷을 주고 안타를 맞더라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정말 삼진으로 잡고 싶었다. 플라이가 나오면 뭔가 제대로 기뻐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며 "투수에게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는 게 제일 짜릿하고 좋은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한국의 3-1 승리와 금메달이 확정됐다. 항저우부터 아이치·나고야까지 아시안게임 통산 7경기. 박영현은 아직 자책점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왜 그가 국가대표 마무리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이번 금메달이 더 특별했던 이유도 있다. 박영현 자신은 항저우 대회를 통해 이미 병역 의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금메달이 절실한 동료들이 있었다. 박영현은 WBC와 아시안게임의 부담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비교도 안 된다. 진짜 긴장이 많이 됐다"며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느냐 없느냐가 많이 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금메달의 기쁨을 오래 누릴 여유도 없다. 소속팀 KT 역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귀국 다음 날이라도 등판 대기를 하라고 하면 가능할까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영현은 "해야 한다. 우승을 위해서"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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