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만 프로 간다, 나머지 90%는 어떻게 살죠?" 왜 올림픽 金 영웅이 여자중학교 농구부를 직접 찾았나

"단 10%만 프로 간다, 나머지 90%는 어떻게 살죠?" 왜 올림픽 金 영웅이 여자중학교 농구부를 직접 찾았나

김우종 기자
2026.10.07 14:12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안상미 위원은 숙명여자중학교 농구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한체육회 청소년 선수 진로 교육 강연을 진행했다. 안 위원은 학생 선수 중 10%만이 프로나 실업팀에 입단하는 현실을 짚으며 은퇴 후를 대비한 진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도자 외에도 스포츠 마케터 등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며 자격증 취득과 기초 학업 병행을 당부했다.
안상미 위원의 강연을 경청하는 숙명여중 농구부 학생들. /사진=김우종 기자
안상미 위원의 강연을 경청하는 숙명여중 농구부 학생들. /사진=김우종 기자
청소년 선수 진로 교육 안내 현수막. /사진=김우종 기자
청소년 선수 진로 교육 안내 현수막. /사진=김우종 기자

"전국에 학생 운동선수는 약 7만명이 넘지만, 이들 중 프로나 실업팀에 입단해 운동으로 밥벌이하는 선수는 10명 중 단 1명에 불과합니다. 언젠가는 운동을 그만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중학교의 한 교실. 10여명 남짓한 학생 농구부 선수들 앞에 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힘이 실려 있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은퇴 후 국제 심판과 방송 해설위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상미(47) 위원이었다. 그는 대한체육회 청소년 선수 진로 교육 강연을 하는 강사 겸 멘토 자격으로 이날 학생 선수들을 위해 교단 위에 올랐다.

안 위원이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바로 '여러분들의 꿈은 무엇인가요'였다.

순간, 학생 선수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입을 떼지는 못했다. 안 위원은 "아직은 서로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그러겠지만, 이제 익숙해지면 말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농구를 잘할 수 있도록 매일 훈련에 임하듯이, 말하는 것도 사실 훈련이 필요하다. 저 역시 처음에는 말하는 게 힘들었지만 계속 많이 하다 보니 점점 좋아졌다"고 분위기를 풀며 강연을 시작했다.

안 위원은 "현재 국내 57개 종목에서 활약 중인 학생 선수는 약 7만 4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성인이 돼 프로 리그나 실업팀에 입단해 말 그대로 운동선수로 돈을 벌 수 있는 경우는 1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럼 나머지 90%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학생 선수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에 관해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60% 이상의 응답자가 당장 경기력 향상보다 졸업이나 은퇴 후 진로에 관해 더 큰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기를 위해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27%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이 방법을 몰라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조기 은퇴 경험담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안 위원은 "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고 대학교 4학년 때까지 7년 동안 태릉선수촌에서만 생활했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시기가 왔다. 당시 쇼트트랙 종목에는 실업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23세라는 이른 나이에 빙판을 떠나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안 위원이 두 번째로 던진 질문은 '여러분들도 지금 진로에 관한 준비를 하고 있나요'였다.

안 위원은 "준비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의 종목인 농구의 경우 프로와 실업팀이 있지만, 주전급으로 뛰며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국보 센터' 서장훈도 '은퇴 당시에는 내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은퇴는 예외 없이 찾아오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이 꺼낸 건 여러 운동 선수들의 생생한 경력 전환 성공 사례였다. 격투기 선수 출신의 경찰 특채 사례, 크리켓 선수에서 소방공무원으로 변신한 사례, 농구 선수가 쇼호스트 및 캐스터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례 등이 등장했다. 안 위원은 "여러분들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강한 체력을 가진 게 강점"이라면서 "합숙 훈련을 통해 기른 단체 생활의 사회성, 승부 근성은 사회에 나갔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상미 위원의 강연을 들은 뒤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 중인 숙명여중 농구부 학생들. /사진=김우종 기자
안상미 위원의 강연을 들은 뒤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 중인 숙명여중 농구부 학생들. /사진=김우종 기자

안 위원이 세 번째로 꺼낸 질문은 '운동선수로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요'였다.

그러자 서서히 안 위원의 강연을 경청하던 학생들이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도자, 해설가, 팀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체육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학생들의 입에서 나왔다. 안 위원은 "그동안 많은 학교를 다니면서 강연을 했지만, 지금 숙명여중 여러분들이 가장 많은 답변을 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안 위원은 "선수 출신이 도전할 수 있는 직업군은 코치나 트레이너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스포츠 마케터, 전력 분석관, 스킬 코치, 체육 교사, 스포츠 행정가, 언론인 등 무려 85개 이상의 전문 직종이 열려 있다"고 소개한 뒤 "또 각 스포츠 기관마다 다양한 행정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와 맞물려 생활체육 지도자도 많아지고 있다. 고령자들의 건강 유지를 위한 전문 운동 치료사도 생겼다. 여기에 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 체육회, 종목별 연맹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도 있다. 지금 여러분들이 가진 운동 전문 실력과 지식에 외국어 능력 하나만 더해진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조언했다.

그럼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안 위원은 고교 졸업 후 취득이 가능한 생활 스포츠 지도사 및 전문 스포츠 지도사, 장애인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필수 과제로 꼽았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이제 자격증이 없으면 스포츠 클럽이나 학교에 지도자로 들어갈 수 없다. 국가대표 지도자나 체육회 육성 사업 지도자 공모에도 지원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자격증 중 하나다. 지도자를 안 하겠다고 마음먹더라도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지도자 제의가 왔을 때 자격증이 없어 그 기회를 놓친 선후배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꼭 따놓기를 바란다"며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울러 안 위원은 공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물론 조금 힘들겠지만, 요즘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교 성적도 같이 보는 추세"라면서 "과거에는 선수촌에 있느라 학교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지만, 지금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시대다. 당장 국어, 영어, 수학에서 만점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초 학습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훗날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을 때 필요한 전문 지식을 스스로 습득해낼 힘이 생긴다. 대입 전형에서도 실기가 대등하면 결국 내신 성적이 당락을 가른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 겸 쇼트트랙 해설위원. /사진=뉴스1
안상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 겸 쇼트트랙 해설위원. /사진=뉴스1

끝으로 안 위원은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현재의 훈련도 소중하지만, 그 코트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기억해 달라"며 "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이런 혜택을 잘 받을 수 있으니, 유용하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교육을 통해 나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안내를 많이 했다. 오늘 제 말씀을 듣고 이거 하나만큼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정말 만족할 것 같다. '목표를 세우는 순간, 이미 꿈과 결과에 가까워져 있다'는 말이 있는데, 순간순간 목표를 잘 세워서 여러분들의 꿈을 잘 이어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김서율(3학년) 학생은 "그동안 은퇴 이후의 진로로 코치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훨씬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에이전트 같은 직업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금 당장은 학생 선수로서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하더라도 끝이 아니라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얼마든지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을 마친 뒤 만난 안 위원은 "어린 학생들을 마주하면 내가 운동했던 시절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후배들이 진로 문제로 혼자 막막해하며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2019년부터 교육 멘토로 교단에 서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아,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중·고교 시절에는 누구나 운동 외에 다른 길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번 교육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은퇴의 순간을 대비해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의 전환'을 해보는 시간이다. 운동 외에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열린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지금은 주어진 환경에서 학생 선수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회에 나설 때처럼 주저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했으면 한다. 운동을 통해 다져진 단체 생활의 사회성과 강인한 체력은 체육계를 넘어 어떤 사회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재차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체육회 e진로시원센터 안내 및 진로 관련 자격증 정보 안내. /그래픽=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제공
대한체육회 e진로시원센터 안내 및 진로 관련 자격증 정보 안내. /그래픽=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제공
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안내문. /그래픽=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제공
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안내문. /그래픽=대한체육회 선수진로지원센터 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