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평생 이곳에 있고 싶다."
리오넬 메시(39, 인터 마이애미)는 마지막까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놓기 어려워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울었고, 국가가 울려 퍼지는 그라운드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골을 만들고 한 골을 넣었다. 대표팀과 작별하는 날에도 승리는 메시의 발끝에서 완성됐다.
아르헨티나는 7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스타디오 모누멘탈에서 열린 베냉과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메시는 1골 2도움으로 세 골 모두에 관여하며 자신의 208번째이자 마지막 A매치를 마쳤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에는 8만 5,000여 명이 모였다. 아르헨티나 팬들만의 작별 무대는 아니었다. 한국과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베트남, 홍콩을 비롯해 덴마크와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팬들이 찾아왔다.
모누멘탈 주변은 아침부터 붐볐다. 팬들은 경기 시작 8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렸고,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경기장 인근에 모였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가 마련한 팬 페스트에는 약 15만 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에서 41년째 살고 있다는 한 아르헨티나 가족은 메시의 고별전을 보기 위해 이틀 전 고국을 찾았다. 이들은 'C5N'과 인터뷰에서 "메시는 단순한 축구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분열된 아르헨티나를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이자 자국의 홍보대사라고 설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 온 30대 팬 알란은 등에 새긴 문신을 보여줬다. 메시가 카타르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24세 팬 다니엘은 연합뉴스에 "아마 메시를 능가하는 선수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준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너무 슬프다"라고 아쉬워했다.
팬들의 인사를 받는 메시도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메시는 에세이사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대표팀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르헨티나 국기를 든 팬들이 차량 행렬 주변에 모여 마지막 대표팀 경기로 향하는 그를 배웅했다.
세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들어선 뒤에도 눈물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국가가 울리자 메시가 다시 울먹였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도 눈물을 흘렸고, 엔소 페르난데스 역시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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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0분에는 경기가 잠시 멈췄다. 아르헨티나의 10번을 위한 시간이었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메시의 이름을 외쳤고, 베냉 선수들도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다만 베냉은 경기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메시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끝내려면 상대 수비를 뚫어야 했다.
후반에는 메시가 해답을 내놨다. 후반 3분 정확한 코너킥으로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선제골을 도왔다. 함께 대표팀 고별전을 치른 오타멘디가 골문 앞에서 시저스킥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아르헨티나를 지탱한 두 베테랑이 첫 골을 합작했다.
후반 16분에는 니코 파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오른쪽에서 안으로 이동한 메시가 패스를 내줬고, 파스가 골문 아래 구석으로 슈팅을 꽂았다.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후배의 득점까지 이끌었다.
마지막 골은 직접 넣었다. 후반 26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메시는 골키퍼를 반대 방향으로 보내고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 통산 126호골이었다.
아르헨티나는 3-0으로 승리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메시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인 9.3점을 부여했다. 작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도 경기의 주인공은 메시였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베냉 선수들이 다시 메시를 찾았다. 주심도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동료와 상대 선수, 심판까지 마지막 대표팀 경기를 마친 메시에게 작별을 전했다.
메시가 마이크를 잡았다. 축구 전문 매체 '433'에 따르면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향한 감사부터 꺼냈다.
"이 유니폼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늘 이곳에 있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을 떠나는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하고, 아르헨티나를 위해 뛰지 못한다는 건 정말 많이 아플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평생 이곳에 있고 싶다. 아르헨티나를 위해 뛰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05년 8월 헝가리전에서 시작한 여정이었다. 21년에 걸쳐 대표팀에서 208경기를 뛰었고, 126골과 70도움을 기록했다.
우승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메시는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첫 A대표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마침내 월드컵 트로피를 들었고, 2024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그를 보며 축구를 좋아하게 된 팬들이 세계 곳곳에서 모였다. 메시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휘슬은 울렸고, 중계 캐스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잘 가요, 캡틴"라는 인사를 건넸다.
메시는 마지막까지 아르헨티나에 승리를 남겼다. 1골 2도움, 그리고 3-0.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밤도 그의 축구로 채워졌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