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잘하면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경기력이 떨어질 때 선수의 엉뚱한 돌발 행동은 '프로 의식 부족'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되지만,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증명해 내면 그 모든 기행은 '거물다운 유쾌함'과 '친근한 매력'으로 둔갑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일본인 거포 오카모토 카즈마(30)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그런 모양새다.
캐나다 현지 매체 '스포츠넷'은 9일(한국시간) 오카모토의 성공적인 메이저리 데뷔 시즌을 돌아보며 입단 초기 있었던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오카모토의 특이한 이야기는 지난 1월 6일 입단 기자회견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론토 구단은 일본에서 먼 길을 날아온 새 식구 오카모토를 환영하기 위해 다음 날 저녁 최고급 오마카세 스시 레스토랑을 예약해 뒀다. 일본인 선수에 대한 구단 차원의 극진한 배려였다고 한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정작 오카모토는 이 제안을 정중히 고사했다. 거절 사유가 기가 막혔다. 시내 대형 쇼핑몰인 '이튼 센터' 푸드코트를 찾았던 오카모토가 점심 식사로 핫도그를 너무 많이 먹어 치운 탓에 도저히 저녁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러 있었기 때문이다.
황당할 법한 식단 에피소드는 시즌 중에도 이어졌다. 5월 1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3홈런 경기를 눈앞에 뒀던 오카모토는 9회 마지막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자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 전에 케사디야(치즈로 된 멕시코 전통요리)를 챙겨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케사디야만 먹었어도 담장을 넘어갔을 텐데"고 아쉬워했다.
만약 오카모토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헛스윙을 남발하고 실책을 쏟아냈다면 현지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을지 모른다. '구단의 배려를 거절하고 핫도그를 몸 관리에 실패했다'는 냉혹한 비판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망이가 모든 의구심을 단번에 잠재웠다. 일본프로야구(NPB) 소속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할 수 있을지, 특히 3루 수비가 통할지에 대한 모두가 의문 부도를 달고 바다를 건넜던 그는 첫해부터 펄펄 날았다. 타율은 0.232로 다소 낮았지만 33홈런 92타점을 쓸어 담았다. 불안하다던 3루 수비마저 구단의 호평을 받을 정도로 견고함을 자랑했다.
독자들의 PICK!
특히 33홈런은 일본 출신 우타자의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와 무라카미 무네타카(26·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정상급 일본 장타자들은 모두 좌타자다. 여기에 92타점은 토론토 구단 역사까지 새로 쓴 대기록이다. 2002년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을 수상했던 에릭 힌스케(84타점)의 기록을 무려 24년 만에 넘어선 '구단 역대 신인 최다 타점 신기록'이다.
성적이 폭발하자 오카모토의 엉뚱한 발언은 토론토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거듭났다. 스포츠넷은 오카모토의 독특한 행보를 두고 "일본 나라현 출신의 30세 선수가 토론토에서의 성공적인 루키 시즌 동안 북미 문화에 얼마나 빠르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오카모토의 연착륙이 토론토의 향후 영입 전선에도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넷은 오카모토의 성공 사례가 향후 토론토가 노릴 굵직한 일본인 FA 대어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를 비롯해 한신 타이거즈 소속 거포 사토 테루아키, 우완 강속구 투수 타이라 카이마(세이부 라이온스) 등 토론토가 눈독 들이고 있는 정상급 일본 선수들에게 '토론토는 일본 야수도 빠르게 적응해 성공할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실한 이정표를 세워줬다는 평가를 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부터 162경기에 모두 나선 오카모토는 마지막 날 통역을 통해 "돌아보면 162경기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기복도 겪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정말 재미있는 시즌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