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오직 '팀 승리와 우승'이다."
이번 시즌 KBL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은 총 100만 달러(약 13억원)다. 그중 1인 상한선은 70만 달러(약 9억원)다. 팀 외국인 선수 1명에게 안길 수 있는 최고 한도를 꽉 채워 받았지만, 서류상 등록은 '2옵션'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력은 완벽한 '1옵션급'이다. 코트 위에서 1옵션 이상의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연패 탈출을 이끈 쟈니 오브라이언트(33·고양 소노)가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16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 KCC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홈 경기에서 95-82로 완승을 거두고 길었던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승리의 중심에는 팀의 골밑과 공격을 든든하게 지탱한 오브라이언트가 있었다.
이날 오브라이언트의 활약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선발 출전한 그는 30분 47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3점슛 3방을 곁들여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득점을 폭발시켰다. 여기에 공격 리바운드 5개를 포함해 무려 16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압도적인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소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 독특한 구도를 형성했다. 팀의 공식 1옵션으로는 젊고 저돌적인 스카티 제임스(30)를 낙점했다. 반면 2021-2022시즌 원주 DB를 시작으로 2024-2025시즌과 지난 2025-2026시즌 안양 정관장을 거친 오브라이언트는 이번 시즌 소노에 둥지를 틀며 KBL 통산 4번째 시즌을 맞이한 '베테랑 외인'이지만 2옵션으로 뒤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자 흥미로운 '옵션 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KBL 특유의 거친 몸싸움과 수비 압박에 적응하지 못해 흔들리는 1옵션 제임스와 달리 2옵션으로 등록된 오브라이언트가 영리한 농구 센스와 내외곽 해결 능력을 앞세워 사실상 '1옵션급 활약'을 펼치며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 자연스레 팀 외국인 샐러리캡(1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인 상한선 70만 달러(약 9억 7000만 원)'의 몸값과 맞물려, 그가 실질적인 1옵션 역할을 맡고 있는 현 상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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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실에서 만난 오브라이언트에게 "본인이 사실상 70만 달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이 던져졌다. 이에 오브라이언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유쾌하게 받아친 뒤 "하지만 농구에서는 팀을 위해 모두가 희생해야 한다. 내 목표는 팀의 승리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이길 수 있는 팀에서 함께 뛰며 우승하는 것뿐이라는 점이다"라며 "그렇기에 팀을 위한 희생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2옵션 등록이라는 꼬리표나 개인 스탯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팀 승리만을 바라본다는 뜻이었다.
오브라이언트의 성숙함은 코트 밖에서도 빛난다. 그는 KBL 무대 적응에 애를 먹는 1옵션 제임스를 돕는 든든한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과거 원주 DB 시절 한국 농구를 처음 경험했던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제임스를 묵묵히 다독이고 있다.
오브라이언트는 제임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있냐는 질문에 "그저 묵묵히 계속 훈련하고, 꾸준히 부딪히라는 말을 해준다"며 "나 역시 첫해 원주 DB에 처음 왔을 때 잘 풀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KBL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리그다. 모두가 오자마자 첫날부터 리그를 지배할 수는 없다"고 감쌌다.
이어 "스카티(제임스)에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농구에 몰입하는 것 뿐이다. 결국에는 본인의 기량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굳은 신뢰를 보냈다.
에이스 이정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정현이 워낙 수비 시선을 많이 끌어당기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는 그가 만들어주는 공간을 잘 활용하고 플레이를 맞춰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호흡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록 2옵션이지만 코트 위에선 27점 16리바운드의 맹폭과 헌신적인 모습으로 1옵션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 오브라이언트. 민감할 수 있는 질문마저 유쾌하고 대범하게 받아넘긴 '한국 생활 4년차 외인'의 성숙한 품격이 연패를 끊어낸 소노를 더욱 든든하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