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을 바꿔 보려면

내 운명을 바꿔 보려면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2007.01.11 12:37

[CEO를 위한 논어 이야기]회사후소(繪事後素)

자하는 공자의 제자로서 문학적 소양이 뛰어나 시(詩)와 예(禮)에 통달한 인물이다. 자하가 시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공자에게 질문한다. "'곱게 웃는 모습에 보조개 예쁘고 아름다운 눈동자 흑백이 분명하네. 흰 바탕에 고운 채색 더한 듯 하네.'라는 구절이 있는 데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

 

공자가 “회사후소(繪事後素), 즉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라고 대답했다. 이에 자하가 “형식을 갖추는 예가 충신(忠信)을 갖춘 뒤라는 말씀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내 뜻을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하로구나. 이제 비로소 함께 시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스승과 제자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가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본질을 가지고 논하는 모습이 교육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공자의 말은 동양화에서 하얀 바탕이 없으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마음의 바탕이 없이 눈과 코와 입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자하는 밖으로 드러난 형식적인 예(禮)보다는 그 예의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므로, 형식으로서의 예는 본질이 있은 후에라야 의미가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공자가 언급한 회사후소(繪事後素)는 기본을 중시하라는 말이다. 기본이 없으면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도 교육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교육이 평등주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규제 속에 갇혀 신음하는 데서 생기는 부작용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데 있다.

 

운동에서도 기본기를 갖추지 않을 경우 대성하기가 어렵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이룩한 4강신화도 기본에 충실한 덕택이었다. 90분 동안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내고 선수들 간에 연공서열 의식을 타파하여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였기에 신화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더십과 혁신에서도 일차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누가 성공할 것인가. 기본이 탄탄한 사람들이다.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도 결국은 기본기를 강조한 것이다.

 

“생각이 변하면 태도가 변하고, 태도가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습관이 변하고, 습관이 변하면 운명이 변한다”는 말도 역시 기본기와 연관이 되어 있다. 먼저 생각이 중요하다. 생각이 선명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각의 변화가 태도와 습관의 변화로 연결될 때 비로소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해진다. LMI리더십의 창시자인 폴 마이어 회장이 "태도가 만능이다(Attitude is everything)"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걸음 나아가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정신은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데 있다. 축구에서도 기본을 닦은 후에 할 일은 공을 넣어야 한다. 문전처리가 미숙하면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골은 선수들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협조할 때 터져 나온다. 무슨 일이든 집중하지 않고 성취된 일은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귀양살이 도중에 닭을 기르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하는 일에 집중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준다.

 

“네가 닭을 기른다고 들었는데 양계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에도 품위 있고 비천한 것, 깨끗하고 더러운 것 등 차이가 있다. 색깔을 나누어 길러도 보고 닭이 앉는 홰를 다르게도 만들어 보면서 다른 집 닭 보다 살찌고 알도 잘 낳을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또 때때로 닭의 모습을 시로 지으면서 그 실체를 파악해 보아야 하느니, 이것이야말로 책을 읽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양계다. 아무쪼록 많은 책에서 닭 기르는 법에 관한 이론을 뽑아내어 계경(鷄經)같은 책을 만든다면 좋겠구나.”

 

기본기를 닦고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정신은 전문가 시대에 더욱 요청되는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듯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결국은 장거리 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리고 기본기는 계속해서 닦아야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어제의 태양과 오늘 아침 맞이하는 태양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그것이 동일한 일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도 세수하듯이 닦아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차이라도 발견하는 노력을 병행할 때 우리는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정신으로 자신의 삶이 날마다 향상된다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숙명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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