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승세 즐길 입장 아니다

부동산 상승세 즐길 입장 아니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2009.08.20 13:53

[머니위크]청계광장

당신이 가진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당신이 조금 더 부자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쓰겠는가? 이 질문은 경제학에서 전통적으로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로 알려진 영역에 속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경기 회복을 시작한 한미 두 나라에서 모두 이 질문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 질문은 경기 회복 속도와 관련이 있다. 미국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회복속도가 얼마나 빠를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가 반등하면서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회복하는 것이 경기 회복 과정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유례없는 일이다.

그런데 주식과 달리, 부동산 가격은 회복되더라도 사람들이 곧바로 돈을 쓰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주식에 비해 부의 효과가 적고, 더디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계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달러 오를 경우 3~4센트 정도를 쓴다는 것이 정설이다. 10센트 이상을 쓰는 주식에 비해서 부의 효과가 훨씬 미미하다. 이것이 미국에서 경기 회복 속도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주요 근거다.

우리의 경우는 정반대의 고민을 안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100원 오를 때 얼마를 쓰는지에 대한 정설은 없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온 역사를 감안할 때 미국에 비해 훨씬 더 쓸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게다가 우리 부동산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경기 회복 속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작 고민은 자산 가격 급등과 그로 인해 소비 회복이 본격화 되면 착시 효과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몇년간도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가진 일부 상위계층이 번 돈을 좀 썼고, 이는 백화점 판매액이나 내구재 판매액 같은 일부 경제지표를 실제 이상으로 좋게 만들었다. 금융위기가 닥쳐오기 직전까지도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부의 효과나 소비 회복세가 아직 본격화 되지는 않고 있다.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이번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불안하게 보고 있어서다. 시장 전반이 경기 회복세에 대해 아직은 분명하게 확신하지 못해서 그렇다. 그러나 자산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부의 효과는 분명히 나타난다. 이는 또다시 우리 경기가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착시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 가격 상승이 계속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경우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융 위기의 최대 피해 계층인 중산층과 서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격이 올라 득을 볼 주식이나 부동산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무리해서 투자해 아직도 손실을 모두 만회하지 못한 계층이다.

이들과 달리 위기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인 상위 계층은 경기 회복으로 큰돈을 벌게 된다. 재정을 풀어 경제위기를 극복한 정부가 기껏 상위계층의 돈벌이만 도와줬다는 사회적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살아나면 오히려 양극화가 더 진행되고 사회적 통합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뒤늦게 중산층과 서민이 다시 가격 급등세에 편승한다고 자산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출구전략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경기가 살아나는데 오히려 중산층과 서민이 더욱 어려워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한가지다. 섣부른 부의 효과를 예방하는 것이다. 자산,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켜야 한다. 자산 가격 급등세가 주도하는 경기 회복을 느긋하게 즐길 입장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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