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떠난 '산업영웅' 박태준

빈손으로 떠난 '산업영웅' 박태준

이상배 기자, 이미호, 유현정
2011.12.14 00:55

"고인 명의 재산·유산 하나도 없어"… 재직시에도 포스코 주식 1주도 보유안해

'영웅'은 빈손으로 떠났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일념으로 허허벌판에 국내 최초의 제철소를 세우고 오늘날 산업강국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4일 타계했다. 향년 84세.

고 박 명예회장의 명의로 남은 재산은 한푼도 없다고 유가족 측은 전했다. 박 명예회장은 최근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큰딸의 집에서 지냈으며 입원비조차 본인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달 9일 호흡 곤란으로 흉막-전폐절제술을 받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10년 전 미국 코넬대병원에서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후유증 때문이었다. 수술에도 불구하고 박 명예회장은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옥자(80) 여사와 1남4녀가 있다. 박 명예회장의 임종에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둘째딸 유아씨를 제외한 미망인, 자녀, 사위 등 가족 모두가 참석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이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최 위원장은 "기업인들의 사표가 될 만한 큰 어른이 너무 빨리 떠나서 아쉽다"고 애도했다. 정 최고위원은 "고인은 작가 조정래씨의 말처럼 비전을 현실로 옮겼다는 점에서 충분히 위인의 반열에 오를 만한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강 회장은 "철강산업의 불모지에서 철강업을 일군 것이 포스코의 신화가 됐고, 포스코의 신화는 바로 박태준의 신화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노태우 전 대통령,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철 세브란스병원장과 한나라당, 민주당, 삼성그룹, SK그룹,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온누리교회 등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왔다.

한편 유족 대변인을 맡은 김명전 삼성KPMG 부회장은 박 명예회장이 최근 입원 전 유언으로 "포스코 임직원들은 애국심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고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가 국가 산업의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한다"며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강의 포스코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 창업 1세대들 중에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박 명예회장은 미망인에게 "고생시켜 미안했다"고 말했으며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화목하게 잘 살라"고 당부했다.

박 명예회장의 재산과 관련, 김 부회장은 "현재 고 박 명예회장 명의의 재산이나 유산은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생활비를 자식들로부터 받았고, 입원비로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자녀들이 부담했다"며 "입원하기 전까지도 큰 딸인 진아씨의 집에서 생활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박 명예회장은 포항제철을 창업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생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좌우명 아래 청렴한 생활을 강조했던 고인은 포항제철 설립 후 포스코 명예회장으로 재직할 때까지 단 1주의 포스코 주식도 보유하지 않았다. 특히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2000년에는 40년간 거주하던 서울 아현동 서울 소재 주택을 처분해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한편 박 명예회장의 장례 형태는 14일 오전 11시 이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당초 13일 자정 이전에 장례 절차와 형태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논의가 길어져 결론을 못 내렸다"며 "14일 오전에 최종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이 국무총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사회장을 치르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통상 전직 대통령들에게 적용됐던 국가장에 대해서는 법적 해석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김 부회장은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현행법(국가장법) 단서조항에 보면 국가장은 대통령이 아니어도 국가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서도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에게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와 논의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장례 형태와 상관없이 장례식은 17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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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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