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20세기 조국의 시련과 고난을 뚫은 우리시대의 구심점" 조사

고(故) 박태준포스코(347,500원 ▲6,500 +1.91%)명예회장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17일 오전 박 명예회장을 기리는 영결식이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됐다. 국무총리를 지낸 고인은 영결식 후 국가사회유공자묘역 17구역에 묻혔다.
◇ 자식 같았던 포스코와 작별하고 현충원으로
불꽃같은 열정과 불굴의 정신을 이 세상에 남기고 지난 13일 8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박 명예회장. 그는 마지막 가는 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포스코를 찾아 임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7시 30분 빈소가 마련됐던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예배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예배는 직계가족만 참석한 채 이재훈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의 주재로 열렸다.
예배가 끝난 후 박 명예회장의 시신이 누운 관은 국방부 의장대 14명의 호위를 받으며 조화로 장식한 검은색 리무진 운구차량에 실렸다.
8시 20분 운구차량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도착했다. 1500여명의 포스코 임직원들이 고인의 마지막 방문을 맞기 위해 로비와 지하에 운집해 있었다. 위패와 훈장 ,유가족이 차례로 임직원들의 인도를 받아 1층 로비 분향소로 들어왔다.
엄숙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직원대표로 김보영 포스코 인재혁신실 팀장이 조사를 낭독했다. 김 팀장은 "짧은 인생을 영원히 조국에 바친 박 회장의 명복을 빌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군인으로, 기업인으로, 정치인으로 국가와 민족에 매진하신 박 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몇몇 이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20여분 만에 노제가 끝나고 운구행렬은 고인이 안식에 잠길 현충원으로 이동했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센터 앞 도로로 나와 사가를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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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과 탄식의 영결식… 박정희 곁에 잠들다
운구차량은 9시 20분에 현충원 안에 마련된 영결식장 앞에 도착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포스코 임원 30여명이 일렬로 서서 리무진에서 내리는 고인을 영접했다. 의장대의 열 맞춘 행진으로 영결식이 치러질 단상으로 관이 옮겨졌다.
고인의 위패와 훈장이 영결식이 치러질 단상에 놓여졌다. 왼쪽으로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국회의장 오른쪽으로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조화가 미리 놓여있었다. 장내는 500여명이 넘는 인파로 채워졌다.
영결식은 김동건 KBS 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정래 작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차례로 조사를 낭독했다.
정 회장은 "식민지, 해방, 분단, 전쟁, 폐허, 절대빈곤, 부정부패, 산업화와 민주화, 수평적 정권교체, 외환위기 극복 등으로 이어진 20세기 조국의 시련과 고난을 온몸으로 뚫고 나아간 당신의 삶은 늘 우리 시대의 구심점이었다"고 말했다 .
정 회장은 한용운의 시구인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를 고인에게 바쳤다.
조정래 작가는 조사를 낭독하는 내내 슬픔에 잠겨 때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고인을 "한국 경제의 대들보이자 아버지"라고 칭하며 "떠난 건 당신의 육체 뿐 당신의 영혼은 떠나지 않았다"고 부르짖었다.
추도사는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했다. 박 전 의장은 사전에 준비해 온 추도사를 갑자기 내려놓고 고인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대화하듯 풀어놓았다.
박 전 의장은 "생전에 추운 것을 싫어했던 당신이 이 엄동설한에 하늘나라로 간다"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계신 그 곳에 먼저 가서 두 어른 모시고 계속 나라 걱정 해 달라"고 부탁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올 때에는 곳곳에서 참석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난 9월 포항에서 포스코의 옛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박 명예회장이 "제대로 못 챙겨줘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장면이 장내를 숙연케 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시구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가사로 한 조가가 울려퍼지고 헌화와 분향 순으로 식이 마쳤다.
11시 관이 안장지로 이동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유명인사들이 끝까지 식을 지켜봤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씨가 참석, 영결식과 안장식 내내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박지만 씨는 아버지를 여읜 후 아버지와 친분이 두터웠던 박 명예회장을 제 2의 아버지처럼 따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묻혀있다.
한낮에도 체감온도가 영하를 밑돌은 몹시 추운 날, 청명한 하늘 아래 박 명예회장은 마지막 세상 여행을 끝마치고 안식에 잠겼다.
포스코에 따르면 16일까지 포항, 광양, 서울, 신촌 빈소 등을 다녀간 조문객은3만5549명으로 집계됐다. 방명록을 쓰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조문객은 대략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