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0816183739116_1.jpg)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농지를 팔려는 농업인들이 농지은행의 부족한 매입 여력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대기물량은 전국 평균 약 13개월치에 달하고 일부 지역은 2년을 웃돈다. 정부는 내년 농지지원 예산을 늘리고 매입 대상도 넓혀 적체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10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농지은행의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대기물량은 3320㏊다. 현재 매입 속도로 소화하려면 전국 평균 약 13개월이 필요한 규모다.
지역별로는 강원과 충북이 각각 26개월과 27개월, 충남은 16개월, 제주는 17개월, 경남은 18개월 수준이다. 충남의 대기물량만 740㏊에 달한다. 이는 개별 신청자의 실제 대기기간이 아니라 지역별 매입 속도와 대기물량을 비교한 수치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를 사들여 청년농 등에게 빌려주는 사업이다. 소유자가 매도를 신청하면 매입 요건 확인과 현장조사, 가격평가, 매입심사 등을 거쳐 계약한다. 요건을 충족해도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매입해야 해 계약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농업 현장에서 농지를 내놓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령으로 농사를 줄이거나 은퇴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경우가 있다. 농기계·시설 투자 과정에서 받은 대출의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농지를 팔려는 농가도 있다.
송태성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충남도연합회장은 "땅을 팔아야 빚을 갚을 텐데 살 사람은 없고, 자금이 급한 농가는 매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경지 정리가 안 됐거나 도로에서 떨어진 농지는 농지은행에 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이 임대하기 쉬운 우량 논을 주로 사들이면서 농민들이 팔기 어려운 밭과 맹지, 경사지 등은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한 농지 9747㏊ 중 논은 93.6%를 차지한 반면 밭은 5.5%, 과수원은 0.9%에 그쳤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가 전체의 96.2%로, 비진흥지역 농지는 3.8%에 불과했다.
정부는 매입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예산은 1조6170억원으로 지난해 9625억원보다 늘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농지매입 등을 포함한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5.1% 증가한 2조2617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금액에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외에 농지매매와 선임대 후매도 등 다른 사업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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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이날 발표한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서도 농지은행의 매입·수탁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농업진흥지역 위주로 사들이던 매입 대상을 비진흥지역까지 확대하되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농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수요와 영농 효율성을 고려한 매입·공급 방식도 추가한다.
대기물량 해소를 위한 내년 예산 추가 증액은 국회와 협의한다. 농지은행 이용은 소유자의 선택에 맡긴다.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안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분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고 농지은행에 맡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분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불법 임대차가 있더라도 이번 조사로 당장 처분되는 것은 아니어서 불안 때문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농지은행은 농지시장을 안정시키고 고령농의 노후소득 확보를 돕는 공적 역할을 해야 하므로 매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