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외힙 따라한 다름…낯섦과 신선 사이 [IZE 진단]

코르티스, 외힙 따라한 다름…낯섦과 신선 사이 [IZE 진단]

한수진 ize 기자
2026.07.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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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3000원·100분 공연에 '레드레드'·'영크크' 4~5번 반복
해외 힙합식 연출, 새로움은 있으나 레퍼토리 한계

그룹 코르티스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월드 투어 공연을 개최했으나 짧은 러닝타임과 반복적인 세트리스트로 논란이 되었다. 보유곡 12곡을 모두 소진한 뒤 같은 곡을 여러 번 반복하는 해외 힙합식 연출을 시도했으나 레퍼토리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드러냈다. 기존 아이돌 콘서트 문법을 탈피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음악적 구성과 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그룹 코르티스(CORTIS)의 첫 월드 투어 첫 공연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코르티스는 지난 1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월드 투어 'PUT YOUR PHONE DOWN'(풋 유어 폰 다운)의 막을 올렸다. 데뷔 11개월 만에 성사된 단독 공연이자 오는 9월까지 9개 도시에서 14회 이어지는 투어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첫날 공연 이후 화제가 된 것은 이들이 예고한 '날것의 에너지'가 아니었다. 전석 14만 3,000원 공연은 약 1시간 40분 만에 끝났다. 곡은 돌고 돌았고, 의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벌뿐이었다.

이들은 이날 'YOUNGCREATORCREW'(영크리에이터크루)를 5번, 'REDRED'(레드레드)를 4번 불렀다. 'What You Want'(왓 유 원트), 'GO!'(고!), 'TNT'(티엔티) 등 다른 곡들도 두 차례 이상 반복했다. 커버곡과 미공개곡, 유닛·솔로 무대는 없었다. 여기에 짧은 러닝타임과 반복적인 세트리스트, 단벌 의상 등 공연 전반 구성을 두고 적지 않은 뒷말을 낳았다.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세트리스트를 살펴보자. 코르티스는 보유한 12곡을 본 공연에서 한 차례씩 선보인 뒤 앙코르에서 기존곡을 반복했다. 일부 곡은 리믹스로 변주했지만 전체 27개 무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개가 앞서 부른 노래의 재등장이었다.

한 곡을 여러 번 부르는 것 자체가 무성의한 공연을 뜻하지는 않는다. 해외 힙합과 록, 페스티벌에서는 관객 반응이 폭발한 곡을 처음부터 다시 부르며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연출이 자주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칸예와 제이 지의 'Ni**as in Paris'(니가스 인 파리)다. 두 사람은 2012년 'Watch the Throne'(워치 더 스론) 투어 파리 공연에서 이 곡을 12번 연속 불렀다. 트래비스 스콧은 2017년 오클라호마시티 공연에서 'goosebumps'(구스범스)를 14번 반복했다. 켄드릭 라마 역시 2024년 'The Pop Out: Ken & Friends'(더 팝 아웃: 켄 앤드 프렌즈)에서 'Not Like Us'(낫 라이크 어스)를 다섯 차례 연이어 선보였다.

차이는 반복이 놓인 맥락이다. 칸예와 제이 지의 'Watch the Throne' 투어는 두 사람의 커리어를 아우르는 40곡 이상의 세트리스트를 먼저 소화한 뒤 공연의 절정에서 'Ni**as in Paris'를 반복했다. 충분한 레퍼토리를 보여준 다음 하나의 히트곡에 남은 에너지를 집중한 것이다. 이들에게 반복은 빈자리를 채운 수단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공연 위에 더한 과잉의 열기였다.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는 반대다. 발표곡 12곡을 모두 소진한 뒤 남은 시간을 반복으로 채웠다. 보유곡이 적어 불가피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곡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투어를 기획할 때 확인했어야 할 기본 조건이다.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커버곡을 배제했다면 그 빈자리를 채울 다른 창작물이 필요했다. 라이브 편곡과 미공개곡, 유닛 무대, 멤버별 재해석, 댄스 사이퍼와 영상 등 선택지는 충분했다. 보여줄 것이 부족해 택한 반복과, 모든 것을 보여준 뒤 관객의 열기에 반응해 선택한 반복은 본질부터 다르다.

코르티스는 이번 공연에서 칸예와 트래비스 스콧 등 해외 힙합 아티스트를 레퍼런스로 삼은 듯하다. 같은 곡을 거듭 부르며 관객 반응을 끌어올리고, 모쉬핏을 유도해 현장의 열기로 무대를 확장하는 방식이 닮았다. 의상 교체와 정형화된 연출을 덜어내고 날것의 에너지와 현장성을 앞세운 점도 그렇다.

그러나 형식이 닮았다고 같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칸예에게는 날밤을 새워도 다 들을 수 없는 방대한 디스코그래피가 있지만, 코르티스는 발표곡이 고작 12곡뿐이다. 넘쳐서 택한 반복과 부족해서 택한 반복은 같을 수 없다.

특히 칸예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24차례 수상하고 76차례 후보에 오른 현대 힙합의 거물이다. 2024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한 리스닝 파티에서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70여 곡을 쏟아냈다. 한 곡을 12번 반복해도 관객이 열광한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한 음악과 수많은 히트곡, 이미 완성된 스타의 신화가 있다.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 / 사진=빅히트 뮤직

코르티스가 내세운 '영 크리에이터 크루', 이른바 '영크크'라는 정체성도 아쉬움을 키운다. 크리에이터라면 같은 곡을 다섯 번 부르더라도 매번 다른 경험을 만들어야 했다. 원곡과 밴드 버전, 멤버별 프리스타일, 장르를 바꾼 리믹스로 차이를 뒀다면 반복 자체가 하나의 창작이 될 수 있었다. '영크크'는 기본을 넘어선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타이틀이다.

코르티스는 이번 공연에서 기존 아이돌 콘서트의 문법과 거리를 뒀다. 커버곡과 유닛·솔로 무대 등 아이돌 콘서트의 익숙한 구성을 모두 뺐다. 그러나 이들은 가장 세고 큰 K팝 엔터사에서 태어났다. 데뷔와 월드 투어 과정에서 회사의 자본과 인프라가 제공한 혜택도 누렸다. 아이돌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린 팀이 그 시스템이 일군 틀을 다름의 이름으로 생략하는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선배 방탄소년단은 2014년 첫 단독 콘서트에서 150분 동안 24곡을 소화했다. 코르티스에게 방탄소년단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기존 문법을 깨려면 먼저 그것을 대신할 음악과 구성, 공연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투어명 'PUT YOUR PHONE DOWN'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관객과 함께 뛰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취지는 좋다. 정형화된 아이돌 공연에서 벗어나 관객과 직접 호흡하고 독자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으려는 지향이 읽힌다. 다만 기존 문법을 덜어낸 자리는 그만큼 탄탄한 음악과 구성으로 채워야 한다.

그럼에도 첫 공연의 아쉬움만으로 이들의 가능성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빈틈을 다음 무대에서 보완한다면 코르티스의 '다름'은 설득력 있는 정체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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