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학회 정비사업 이주대책 토론회…정비사업 속도 조절 대신 전월세 지원책 마련해야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비사업 이주 수요로 인한 임대차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비사업 인허가 지연이 주택 공급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보다는 대체 주택 확보와 이주 수요 분산, 취약 임차가구 지원 등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도시부동산학회는 13일 서울갤러리에서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비사업 이주대책의 실효성과 대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한 연구자들은 이주 수요에 따른 단기적인 임대시장 불안을 관리하면서 정비사업 추진과 주택 공급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부 교수는 정비사업 속도조절론이 오히려 장기적인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지연으로 늘어난 비용이 조합원 분담금이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주택 인허가가 1년 지연되면 연평균 30만~40만가구의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인허가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은 월 약 3000억원, 연간 최소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단기적인 이주 수요나 주택 순감소를 이유로 정비사업을 억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신규 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노후 주거환경 개선뿐 아니라 향후 입주 물량 확보도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비사업 이주가 주변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수급 부담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2027~2031년 정비사업에 따른 연평균 멸실 물량이 4만2672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서울의 2023~2025년 연평균 전월세 거래량 64만6048건의 6.6% 수준이다. 정비사업 멸실 물량은 전월세 이주 수요로 직결되는 만큼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선행연구에서 도출한 임대가격 탄력성 0.2~0.8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연간 멸실 물량 4만2672가구에 따른 임대가격 상승률이 1.3~5.3%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멸실 물량과 기존 연구의 가격 탄력성을 단순 적용한 추정치다. 지역별 수급 여건과 주택 유형, 이주 시기 등에 따라 멸실 물량의 실제 임대료 상승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는 가격 상승 압력이 서울 전역으로 장기간 확산되기보다는 사업장 인근에 단기적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행연구에서는 이주 전후 2~3개월 동안 인근 전세가격이 상승한 뒤 안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영향 범위도 대체로 사업장 반경 1㎞ 이내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업이 완료되면 신규 주택 공급으로 주택 선택지가 늘면서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주·철거 단계의 부담만으로 정비사업 전체의 시장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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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대안으로 3기 신도시 고밀화를 제시했다. 공동주택용지 평균 용적률을 300%로 높이면 기존 계획보다 약 6만4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다만 추가 공급이 실제 이주 수요를 흡수하려면 교통, 학교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신도시 입주 시기를 정비사업 이주 일정과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주대책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도 과제로 제시됐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에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임시거주시설, 순환용주택 등의 근거가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건축사업은 이주대책 수립 의무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돼 있고 사업시행자가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택지와 자금을 확보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대책 수립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물론 재정 지원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 수요를 이유로 정비사업 물량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개별 사업장의 이주 수요와 주변 주택 공급을 면밀히 살피고 이주민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