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아야" 대출 묶더니 서민만 잡았다…싼 집만 뛴 규제의 역설

"집값 잡아야" 대출 묶더니 서민만 잡았다…싼 집만 뛴 규제의 역설

배규민 기자
2026.10.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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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0·15 부동산 대책 1년 ②

[편집자주]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전방위적 규제 강화가 투기 수요 차단과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대책 시행 1년간 가격·거래량·수요 이동과 임대차 시장 변화를 분석하고 규제 효과와 한계, 향후 시장 변수를 짚는다.
10·15 대책 전후 서울 아파트 가격대별 거래 변화/그래픽=이지혜
10·15 대책 전후 서울 아파트 가격대별 거래 변화/그래픽=이지혜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 문턱을 높인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고가주택 거래는 줄어든 반면 중저가·소형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주택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대출 규제가 매수 가능한 주택의 가격대와 면적을 제한하는 가운데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마저 빠르게 비싸지는 양상이다.

14일 머니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의 9억원 이하 거래는 10·15 대책 이전 2만5500건에서 이후 2만8958건으로 13.6% 증가했다. 반면 25억원 초과 거래는 5325건에서 4416건으로 17.1% 감소했다. 전체 거래량은 6만391건에서 6만293건으로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거래가 이뤄진 주택의 가격대는 달라졌다.

분석 기간은 대책 전인 2024년 10월 16일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와 대책 후인 2025년 10월 16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다. 신고 지연에 따른 통계 누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9월 이후 거래와 계약 해제 거래는 제외했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고가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낮췄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40%로 강화했다.

서울 아파트 면적별 가격 상승률/그래픽=김지영
서울 아파트 면적별 가격 상승률/그래픽=김지영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면서 매수자의 자금 부담에도 격차가 생겼다. 한도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15억원짜리 아파트는 자기자금 9억원이 필요하지만 16억원짜리는 12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집값은 1억원 차이지만 필요한 현금은 3억원 차이가 난다.

그 결과 거래가 집중되는 주택 가격대에 변화가 생겼다. 대책 전후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73.6%에서 77.2%로 높아진 반면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비중은 17.6%에서 15.5%, 25억원 초과는 8.8%에서 7.3%로 낮아졌다. 대출을 활용하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자금 마련이 수월한 가격대로 집중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금 부담을 줄이려는 추세는 면적별 거래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 거래는 대책 이전 4478건에서 이후 5488건으로 22.6% 증가한 반면 전용 85㎡ 초과는 9682건에서 8841건으로 8.7% 감소했다. 집값 상승과 대출 제약으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10·15 대책 전후 서울 주요 자치구 거래량 증감률/그래픽=이지혜
10·15 대책 전후 서울 주요 자치구 거래량 증감률/그래픽=이지혜

수요 변화는 중소형 이하 아파트와 중형 이상 아파트의 다른 가격 흐름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의 전용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가격은 17.5% 상승했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 중소형의 가격도 12.9% 뛰었다. 이에 비해 전용 85㎡ 초과 102㎡ 이하 중형은 7.7%, 전용 135㎡ 초과 대형은 6.5%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중소형 이하 아파트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택 크기를 줄이는 선택으로도 자금 부담을 덜어내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역별 거래량에서도 주택가격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대책 전후 중랑구의 거래량은 80.7%, 금천구는 69.0%, 노원구는 65.7% 각각 증가한 반면 성동구는 58.1%, 마포구는 45.9%, 광진구는 40.1% 감소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한강벨트에서 거래가 위축된 사이 가격 부담이 낮은 서울 외곽에서 거래가 늘어난 모습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규제 강화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고가주택 거래는 위축되고 중저가 주택의 가격 상승 압력은 커졌다고 분석했다. 고가주택은 대출·세제 부담으로 매수세가 제한된 반면 중저가 주택은 대출 한도 내에서 매수하려는 실수요가 집중됐다는 진단이다. 신 교수는 "향후 3년간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월세시장 불안까지 해소되지 않으면 10억원 이하 아파트의 강한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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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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