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금고 출혈경쟁에 제동…셈법 복잡해진 시중은행

금감원, 시금고 출혈경쟁에 제동…셈법 복잡해진 시중은행

백지현 기자
2026.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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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남광주 내달 초 입찰 개시·시중은행 대거 참여
출연금 과당경쟁 자제 요구에 역마진 전략 흔들
내년부터 대구·울산·부산·경남도 줄줄이 금고 지정 대기

예정된 지자체 금고 선정/그래픽=윤선정
예정된 지자체 금고 선정/그래픽=윤선정

금융감독원이 지자체 금고를 둘러싼 은행간 과당경쟁에 제동을 건 가운데 내달 진행되는 세종특별자치시·전남광주특별시 금고 경쟁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이 과다한 협력사업비 출연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를 낙찰받는 사례를 문제삼은 만큼 그간 역마진 전략을 써온 시중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와 전남광주특별시는 시금고 입찰을 내달 6~7일 접수받을 예정이다. 두 지역 모두 11월까지 최종 선발을 마치고 금고약정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올해 7월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가 통합해 출범하면서 재정 규모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서울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NH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1·2금고를 맡았고 내년부터 4년간 운영할 차기 금고는 공개경쟁을 통해 새로 선정한다.

세종시금고의 재정은 2026년 본예산 기준 2조1000억원 규모다. 현재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 2금고를 맡고 있으며 약정이 올해까지다.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금고를 운영할 금융사를 새로 지정한다.

금융권에선 추석 연휴 직전 금감원에서 지자체 금고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판세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8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지자체 금고를 낙찰받는 사례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전남광주특별시 금고 지정이다. 이미 입찰 전부터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시중은행인 농협은행 간 평가기준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탓이다. 최근 전남광주특별시는 평가항목 중 두번째로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주민이용 편의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금고 평가기준에 단순 점포 및 ATM 수 대신 시·구·군별 분포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새 기준이 점포가 광주에 집중된 광주은행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단위농협을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금고 역시 대형은행들의 참여로 과당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상징성 때문에 주요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설명회에는 5대 은행 중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대적으로 작은 금고 규모 때문에 역마진 우려가 큰 상황에서 나온 금감원의 경고는 변수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대형은행 관계자는 "원래 있던 은행보다 출연금이나 금리를 더 좋은 조건으로 제시해야 하지만 재정 규모가 작은 지역에 비용을 그렇게 써서 들어가야 하나 싶어 입찰 여부를 고민 중"고 말했다.

내년 이후에도 대규모 지방 금고 입찰이 예정돼 있다. 울산광역시(6조5000억) 대구광역시(11조7000억원) 금고가 내년 하반기, 부산광역시(17조9000억원) 경상남도(14조3000억원)가 내후년 하반기 새로 금고를 선정해야 한다.

금고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던 지방은행들은 금감원 지침에 반색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개인·기업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방은행으로서는 금고 유치 여부가 자금조달 비용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방은행 요구불예금 23조원인 한편, 시중은행에 예치된 요구불예금은 178조원으로 7.5배에 달한다.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중이다. 양측의 격차는 2023년 5.8배에서 2024년 7.3배, 2025년 7.4배로 확대됐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자산규모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BIS비율, 부실률 등 건전성 지표도 평가에 반영돼 지방 소재 기업 대출을 많이 취급한는 지방은행에는 불리한 경우가 많아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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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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