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에 속은 어머니가 자신의 예탁금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역농협(단위농협) 직원이 실수로 아들 명의 계좌를 해지해 지급한 사건에서 해당 농협에 반환 책임이 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어머니가 잘못 지급받은 돈을 보이스피싱범에게 넘겼더라도 해당 농협은 아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지역농협 직원의 착오로 해지된 예탁금에 대해 해당 농협의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고 8일 밝혔다.
금융분쟁조정위에 따르면 A씨(68)는 2024년 9월 한 지역농협 지점을 방문해 본인과 아들, 딸 명의로 총 1억5000만원의 정기예탁금 계좌 4개를 개설했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같은 해 11월 자신의 예탁금 5000만원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농협 직원은 A씨의 예탁금 대신 아들 B씨 명의의 예탁금 5000만원을 잘못 해지했다. 직원은 해당 금액을 A씨의 계좌로 이체한 뒤 기존 잔액 4500만원을 합쳐 950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했다.
A씨는 아들 계좌가 잘못 해지된 사실을 알고 직원과 정정하기로 했지만 보이스피싱범에게 다시 속아 정정하지 않겠다고 연락했다. 직원은 이후 거래신청서에 적힌 A씨 이름 위에 아들 이름을 덧써 넣었다. A씨는 결국 9500만원짜리 수표를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고, 다음 날 본인 명의 예탁금 5000만원까지 해지해 사기범에게 넘겼다.
분조위는 아들 B씨가 예탁금 해지를 요청한 적이 없고 A씨에게도 아들 예탁금을 해지할 권한이 없었던 만큼 농협이 예탁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원의 업무상 과실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농협이 B씨에게 원금 5000만원과 약정이자 164만9425원을 합쳐 총 5164만9425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A씨 역시 해당 금액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을 뿐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았으므로 농협에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해당 직원은 예탁금 해지 신청서에 아들 이름을 임의로 덧써 넣은 행위와 관련해 지난 8월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이번 조정은 양측이 조정안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