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자 국가서 배운다
퇴직연금 역사가 깊고 다양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들을 직접 찾아 국내 퇴직연금 개혁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퇴직연금 역사가 깊고 다양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들을 직접 찾아 국내 퇴직연금 개혁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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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립금이 50조원씩 늘어나고 연평균(최근 5년간) 16%씩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을 선점한 은행권은 막강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로 안정적인 관리를 내세우고 증권업권은 다양한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보험업권도 장기 운용 노하우를 강점으로 고객을 잡는다. 이들은 모두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서비스, 투자 전문가들의 컨설팅 서비스, 상품 추천 서비스 등 다양한 퇴직연금 서비스들을 도입하며 가입자들의 편의를 돕는다. ━◇막강 기업금융 네트워크가 무기...손실없는 운용 원한다면 은행으로━은행권은 전국 지점망과 막강한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 확보 전략을 편다. 은행들은 우량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오랜 기간 대출을 내주며 거래 관계를 유지한다. 이 네트워크 덕분에 기업 단위로 DB(확정급여)·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게 증권사·보험사보다 수월하다. DB, DC형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IRP(개인형 퇴직연금) 컨설팅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처럼 기금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나 효과 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기금형에 대한 반발이나 손실 우려도 해소해야 할 숙제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출범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은 당초 운영 기한이었던 지난 6월까지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현재 연장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출범 이후 현재까지 6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사업장 규모별 적합한 기금형 형태 △수탁법인의 형태 △영리법인 허용 여부 △기금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이견이 상당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제3자가 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수탁자의 책임 원칙을 강화하는 방안이나 손실이 발생할 시 책임 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집권 2기를 시작한 뒤 서명한 200여건의 행정명령 가운데 뉴욕 월가의 자산운용업계가 유독 주목한 문서가 하나 있다. 퇴직연금 투자자의 대체자산 투자 접근 확대에 관한 지난 8월7일자 행정명령 14330호다. 이 행정명령으로 퇴직연금 계좌의 가상자산·사모펀드 투자가 허용되자 골드만삭스와 티로우프라이스가 곧바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대체자산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마자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재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는 이병선 퇴직연금 담당 이사는 "이런 현상이 미국 퇴직연금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산운용 무대로 만든 '경쟁이 낳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수십만명의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는 비결로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TDF(타깃데이트펀드·은퇴시기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 투자하는 펀드)와 함께 운용사간 치열
"주변에 연금 백만장자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식 비중을 조금 더 높여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빨리 은퇴하려고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워싱턴 스미스(52)는 기자에게 "현재 월급의 20% 이상을 매달 401(k)(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 계좌에 넣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도 예전에 중도 인출만 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은퇴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5060 세대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증시 활황으로 쌓인 학습 효과가 세대 전반의 투자 성향을 바꿔놓은 것이다. 더 많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형성될 것으로 연금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노후 막바지 준비…주식 비중·적립금 높이는 50대━ 글로벌 연금 전문 운용사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에 따르면 401(k) 계좌 가입자를 조사한
"첫 단추가 노후 자산의 성패를 가릅니다. 미국 퇴직연금 제도의 성공 비결은 바로 그 첫 단추를 실적배당형 상품인 'TDF(타겟데이트펀드)'로 설정한 데 있습니다. 인간의 '게으름'을 활용한 이 단순한 설계가 연금 백만장자의 길로 이끄는 셈이죠." 제프리 산젠바허(Geoffrey Sanzenbacher) 보스턴칼리지 퇴직연구센터 연구원 겸 경제학 실무교수는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근로자가 401k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별도의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이상 대부분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TDF에 자동으로 투자된다. 즉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TDF가 선택·운용되는 구조다. TDF는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대표적인 은퇴 준비형 펀드다. 가입자는 은퇴 목표 연도만 선택하면 초기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을 크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 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도록 설계돼 있다. 산
"미국도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과 적격디폴트상품(QDIA) 제도가 도입되기 전엔 현금 투자가 안전하다고 여겼죠. 지금은 장기적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케빈 머피 프랭클린 템플턴 수석 부사장 겸 '프랭클린 전략·기술 혁신 연구소(FIRST)' 임직원 재무솔루션 부문 대표)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계좌인 401(k) 자산의 70%는 주식에 투자하고있다. 가입자의 70%가 TDF(타겟데이트펀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01(k)는 총자산이 약 9조달러(1경24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연금시스템이다. 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이 높은 덕에 401k 운용수익률은 지난 20년(2001~2020년)간 연평균 8.6%에 달했다. TDF는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대표적인 은퇴 준비형 펀드다. 가입자는 은퇴 목
영국은 대표적인 퇴직연금 개혁 성공 국가다. 가입률 90% 이상에 연평균 수익률 6~8%를 자랑한다. 복리 이론에 따르면 10년이면 원금의 2배가 될 수준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8년 법개정으로 이어졌고 '자동가입제(Auto-enrolment)'와 최대 퇴직연금 기금 NEST(국가퇴직연금신탁) 등이 도입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 ━8%대 높은 수익률은 기금형 덕분?…훌륭한 '디폴트 펀드' 구조가 답━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DB(확정급여)형에서 DC(확정기여)형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동시에
"한국에 돌아가서 꼭 말씀해주세요. 퇴직연금 수익률의 핵심은 TDF(타깃 데이트 펀드) 같은 합리적인 디폴트 펀드(Default Fund, 한국의 디폴트 옵션) 전략을 도입하는 겁니다.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연금의 기본 옵션으로는 부적절합니다. 이는 제가 40년간 퇴직연금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데이비드 블레이크 런던시립대 베이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수익률과 퇴직연금 계약형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호주의 연금제도가 성공한 요인은 기금형 제도가 아니라 자동가입(Auto-enrolment), 자동인상(Auto-esculation), 합리적인 디폴트 펀드 덕분이다"고 말했다. 기금형이든 계약형이든 간에 기본적인 투자 전략만 잘 세운다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투자, 시정해야..."━블레이크 교수는 영국 퇴직연금 분야 권위자다. 블레이크 교수는 '연금연구소(Pensions Institute)'
"한국은 호주보다 퇴직연금을 적립해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꾸준히 불려 나가는 구조가 미흡합니다." 팀 젠킨스 '머서 오스트레일리아' 파트너 겸 슈퍼애뉴에이션 컨설팅 리더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간 기자가 '한국의 퇴직연금이 발전하기 위해 호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머서는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의 연금 시스템(공적연금·퇴직연금·사적연금) 등을 평가하고, 머서 CFA 인스티튜트 글로벌 연금 지수(MCGPI)를 발표한다. 젠킨스 파트너는 MCGPI의 총괄 저자이자 호주 퇴직연금 시스템 '슈퍼애뉴에이션' 펀드 컨설팅팀을 지휘한다. 지난해 기준 MCGPI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지수 52.2점(100점 만점)으로 48개국 중 41위를 기록했다.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더 작은 칠레(9위), 말레이시아(32위), 보츠와나(34위) 보다 순위가 낮다. 한국은 몇 년째 C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호주는 종합 지수 76.
# '5년 연속 수익률 1위.' 호주 국제 멜버른 공항을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자 대형 옥외광고가 눈에 띄었다. 호주 퇴직연금 기금 중 한 곳의 운용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이었다. 멜버른 도심에 도착하자 또 다른 기금인 케어슈퍼(CareSuper)의 광고로 전체를 감싼 트램(노면전차)이 지나다녔다. 건물 사이에 있는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에서는 호스트플러스(Hostplus)라는 기금의 광고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퇴직연금 기금 광고를 볼 수 있다. 호주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의 12%를 의무적으로 퇴직연금 전용 계좌에 적립하고, 근로자는 퇴직연금을 운용할 기금과 상품을 선택하는 기금형 시스템이다. 각 기금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처럼 광고를 한다.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 도입된 후 현재까지 운용 규모와 수익률 모두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건전성규제당국(APRA)과 컨설팅 기업 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