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체크리스트]⑧수리온(KUH-1)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 군을 넘어 경찰·소방·산림·해양경찰 등 공공 분야로 운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라크 수출에 성공한 수리온은 추가 수출을 모색하는 한편 핵심 부품 국산화 등 성능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군용에 관용까지…파생형으로 전방위 수주
수리온은 노후 외산 기동헬기를 대체하고 국내 항공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2006년 KAI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해 개발에 착수했으며 6년 만인 2012년 양산에 들어가 대한민국 육군에 배치됐다. 통상 헬기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헬기를 자체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이후 수리온은 군용과 관용을 아우르는 다양한 파생형으로 진화했다. 해양경찰용 헬기는 해상 수색·구조에 필요한 탐색레이더와 전기광학 적외선 카메라 등을 갖췄다. 의무후송헬기는 환자감시장치와 인공호흡기 등 응급의료장비를 탑재해 환자 이송과 응급처치를 수행한다. 산림 헬기는 대형 산불 진화 임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담수 능력 2톤의 물탱크를 장착했으며 야간투시장치 기능을 강화했다. KAI는 산림 헬기 물탱크의 용량을 2.7톤으로 확장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경찰청이 운용하는 관용헬기 '참수리'는 공중 추적·감시와 교통관리·순찰, 경찰특공대 지원 및 수색 등을 수행한다. 승객·귀빈(VIP) 수송과 화물 수송 등 부가 임무도 가능하다. 군용 임무장비를 제거하는 대신 항공영상 무선전송장치와 전기광학 적외선 카메라, 탐조등, 확성기 등 경찰 임무에 필요한 장비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리온은 국내 관용헬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KAI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수리온 관용헬기의 계약 대수는 총 44대다. 이 가운데 30대가 납품됐고 나머지 14대는 생산 중이다. 기관별 계약 대수는 경찰청 15대, 해양경찰청 11대, 소방청 9대, 산림청 8대, 국립공원공단 1대다. 경찰청에 14대, 해양경찰청에 6대, 소방청에 7대, 산림청에 3대가 납품됐다. KAI는 각 기관의 노후 헬기 교체 주기에 맞춰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관용헬기 시장에서 추가 수요도 기대하고 있다.

혹한·고온 견디고 산악지형 대응…국산 플랫폼 경쟁력
수리온의 경쟁력은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KAI가 개발 과정에서 저온·고온 환경 시험을 진행해 극한 기후에서의 운용 능력을 검증한 덕분이다. 수리온은 2013년 알래스카에서 영하 40도의 혹한 환경 속에 50여 차례 비행시험을 수행하고 총 121개 시험항목을 검증받았다. 엔진 잉여출력이 높아 고온의 사막이나 고산 지역에서도 운용에 유리하다는게 KAI측 설명이다. 2023년에는 중동 지역에서 고온 시험을 마쳤으며 사막의 모래 유입을 걸러주는 필터를 장착한 모델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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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산악지형에 맞춘 설계도 강점이다. 수리온은 해발고도 2744m인 백두산 높이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1955마력 엔진 2기를 장착해 완전무장 병력 9명을 태우고 약 2시간 3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디지털 항법장비와 자동비행조종장치를 갖춰 조종사의 조작 부담을 줄였으며 제자리 비행과 사전에 설정한 항로를 따라가는 자동비행 기능도 지원한다.
국산 기체라는 사실도 운용상 유리하다. 긴급한 정비나 부품 교체가 필요할 때 국내에서 신속한 정비와 운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 대응 헬기는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정비·부품 공급 체계가 중요하다. 또 기존에 군에서 운용해온 플랫폼을 활용하는 만큼 파생형 개발 부담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라크 소방헬기 2대 인도…운용 실적 바탕으로 수출 확대
수리온은 국내 운용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KAI는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두바이 에어쇼에서 수리온 시범비행을 선보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이라크와 약 1억달러 규모의 소방헬기 2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헬기는 현재 이라크 내무부에 인도돼 운용 중이다.
KAI는 이라크에서의 운용 성과가 추가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리온이 이라크의 고온과 사막 지형이라는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되면서 주변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게 KAI의 설명이다.
KAI는 수리온을 비롯한 항공기 수출이 후속 기종 도입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KT-1을 처음 도입한 뒤 T-50을 추가로 도입하고 KF-21 공동개발에도 참여했다. 필리핀도 2014년 FA-50 12대를 도입한 데 이어 2025년 12대를 추가 도입했다. KAI 관계자는 "항공기 수출의 경우 고객 만족도와 관련이 깊다"며 "도입 이후 장기간 운용하는 항공기인 만큼 초기 구매 가격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과 후속지원 체계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주기어박스 국산화·유무인복합체계 개발…미래 경쟁력 확보
KAI는 수리온의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부품 국산화와 미래 전투체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주기어박스(MGB) 국산화다. 주기어박스는 엔진의 동력을 주회전날개 등에 전달하는 핵심 장치다.
KAI는 지난 4월 21일 회전익 항공기 주기어박스의 국내 조립과 시운전에 성공했다. 2028년까지 출력 27% 향상, 최대 이륙중량 15% 향상, 창정비 주기와 수명 100% 향상이라는 목표를 검증하기 위해 시험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한 뒤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주기어박스 국산화가 완료되면 수리온의 성능 개선은 물론 관용헬기의 물탱크 용량 확대와 유무인복합체계(MUM-T) 탑재 능력 강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무인복합체계는 유인 헬기가 무인기를 통제하고 무인기가 확보한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기술이다. KAI는 2021년부터 수리온을 활용한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했으며 2024년 5월 헬기·무인기 연동체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비행 중인 수리온에서 40㎞ 이상 떨어진 무인기를 직접 조종·통제하고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KAI는 자동비행조종장치(AFCS)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수리온 플랫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임무별 파생형을 확대해 국내 운용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KAI 관계자는 "국내 헬기 기술의 집약체로서 세계시장에서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