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스쿨-마약없는 학교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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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소년들이 마약에 노출이 됐는지, 특히 여학생들의 비율이 왜 높아졌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실태와 유입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최초로 소변에서 필로폰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법과학·마약분석 분야 권위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자문위원 등을 지내며 국내외 마약 정책과 분석 체계를 연구해왔다. 정 교수는 "국내에는 청소년 마약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마땅치 않다"며 "마약류 사범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제 학교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아 역학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마약류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 8796명 가운데 15세 미만은 26명으로 집계됐다.
"신기해요. 진짜 젤리 같이 생겼어요. " 지난 6월30일 서울동작청소년경찰학교에서 열린 '체험형 마약 예방교육' 현장에서 초등학교 5학년 오모군(11)은 '대마 초콜릿'부터 젤리·액상·버섯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마약류 견본을 살펴보면서 연신 "신기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호기심 자극에 있지 않았다. 겉모습만으로 마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모르는 사람이 건넨 음식은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기 위해서다. 주로 성범죄에 악용되는 이른바 '물뽕'(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등 마약류의 위험성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이번 교육은 서울 동작경찰서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지난 6월26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진행했다. 두 기관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예방교육에 나선건 마약류에 노출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적발된 마약류 사범 8796명 가운데 15세 미만은 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6명)보다 62. 5%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SNS(소셜미디어) 유통망 차단'을 꼽는다. 마약 판매 게시물과 계정을 신속히 차단되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24일 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은 2020년 313명에서 2021년 450명, 2022년 481명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1477명으로 급증한 뒤 2024년 649명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2020년의 두 배를 웃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마약이 확산된 배경에는 'SNS'를 통한 손쉬운 접근성이 있다.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나 약물 과다복용을 의미하는 'OD'(Overdose)를 검색하면 판매·구매 글과 투약 인증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판매자들은 SNS에서 구매자를 끌어모은 뒤 텔레그램 등 폐쇄형 메신저로 옮겨 은밀하게 거래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으로 마약에 접근하기보다 SNS에서 우연히 관련 게시물을 접한 뒤 단순한 호기심으로 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이나 이른바 '다이어트약'처럼 포장해 경계심을 낮추는 수법도 문제"라고 했다.
"순식간에 녹아내려 속 깊이 스며듭니다. " 엑스(X·옛 트위터)에 '찬술' '아이스' '작대기술' 등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판매 유도글이 잇따라 나타났다. 유명 연예인 사진을 포스터처럼 활용하고 '24시 약국'이라는 문구를 내건 계정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에 적힌 텔레그램 링크를 누르자 "지역·품목·수량을 남겨달라"는 자동 메시지가 전송됐다. 별도의 신원 확인 절차도 없었다. SNS에서 은어를 검색하고 링크를 누르는 것만으로 마약류 구매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였다. SNS는 청소년이 마약류에 처음 노출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82. 7%가 SNS를 통해 처음 마약류를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는 마약류 유입 경로를 별도로 분류하는 항목이 없다. 이에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수사기록을 분석해 노출 경로를 파악했다. 청소년이 주로 찾는 품목은 대마나 필로폰(히로뽕)보다는 졸피뎀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찾는 10대 청소년이 3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10대 여학생 수가 남학생의 4배를 넘는다.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디에타민 등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다이어트약이 청소년 약물 중독의 유입 통로로 자리잡으면서다. 29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10~19세 청소년은 2994명으로 전년(2459명) 대비 약 21. 8% 늘었다. 특히 여학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15~19세 여학생은 1342명으로 같은 연령대 남학생(324명)의 4배를 웃돌았다. 연령대를 낮추면 성별 간 격차는 더 컸다. 10~14세 여학생은 418명으로 남학생(79명)의 5배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별 격차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다이어트약 오남용을 꼽는다. 외모에 대한 압박과 체중 감량에 대한 관심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이다.
"딸아이가 자살을 시도했어요. 방에 약이 너무 많아요.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 지난해 5월20일 이백형 서울 동작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팀장)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두 달 전 자녀의 약물 복용 문제를 상담했던 이지민양(17·가명)의 어머니였다. 상담 이후에도 이양의 상태를 살피던 SPO팀은 전화를 받자마자 곧바로 이양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당시 이양은 수면유도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수십알을 복용한 상태였다. 몸에는 자해 흔적도 남아있었다. 경찰은 추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곧바로 응급입원 조치했다. ━SNS서 50알에 3만원 주고 산 약물…중고 거래하듯 택배 거래━이양은 사고 닷새 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구매했다. SNS에서 만난 판매자는 특정 의약품 50알을 3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거래는 편의점 택배로 이뤄졌다. 마치 중고 물품 거래를 하듯 손쉽게 끝났다. 온라인 대화 몇 마디와 단돈 3만원에 이양의 손까지 마약류가 전달됐다. 이양이 불법 약물을 처음 접한 건 약 6개월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