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막한 광주비엔날레 대만관의 전시 주제는 '회색지대'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어정쩡한 정세를 장기간 겪어온 대만의 특수성, 지정학적 긴장과 불확실성, 갈등 구조를 예술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하나의 중국'을 양보할 수 없는 중국 정부가 '대만관' 명칭 허용에 반발해 중국관을 철수하는 외교적 파행까지 빚어졌는데, 이 상황이 공교롭게도 회색지대라는 주제와 맞닿아 흥미롭다. "대만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뿐만 아니라 기술과 정보, 기억과 역사까지 다양한 층위의 회색지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새삼 '회색지대(Grey Zone)'가 눈에 밟힌 건 우리 사회가 겪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데 시급한 개념이어서다. 흑백논리와 확증편향, 정치 양극화, 일방통행식 정책이 횡행하는 현실을 타개할 회색지대 사람, 즉 '회색인'을 떠올려 본 이유다. 한국 사회의 온갖 이슈는 선악·찬반·피아라는 양자택일과 진영논리의 극단적 소용돌이 속에 매몰돼 있다. 극성 당원의 입김에 휘둘리는 거대 정당들은 정책을 고안할 때 '집토끼'가 좋아할 만한 '정답'만 설정해 밀어붙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