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그들만의 세상-5]과거처럼 정권의 요구보다는 방패로서의 효용 따지는 기업 필요로 영입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업들이 현 정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을 비롯해 장, 차관이나 권력기관 고위직을 거친 인물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의 '전문성, 다양성'을 추천 배경으로 앞세우지만, 내심 이들이 '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 뿐 아니라 정부 핵심인사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권, 대기업 등 일부 기업들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인물을 비롯해 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추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기업은행은 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새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지난 대선에서 금융권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시민단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2기)인 박병대 전 대법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새 정부가 자신들의 집권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강제로 꽂아넣는다기보다는 해당 기업에서 방패로 이들의 영입해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한 게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입김이 강했던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KT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실 인사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포스코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정책관리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새 사외이사로 결정했다.
건설업체인 한라는 새 사외이사 후보로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추천했다. 김 전 의원은 김원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04~2006년 국회의장을 지낼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GS건설은 참여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정상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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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의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의 사외이사 영입도 두드러진다.
특히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재정부와 '재계의 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직을 모셔가려는 기업들이 많다.
GS는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현대중공업은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롯데쇼핑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박 전 장관은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정위 사무처장 출신들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기아차는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법조계도 기업들의 주요 영입대상이다. 기아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한화생명은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을 재선임한다.
롯데푸드는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롯데케미칼은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을, 롯데정밀화학은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을 각각 재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