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50조 유럽 에너지 '공룡', 한국 풍력 진출 접은 이유 들어보니

자산 250조 유럽 에너지 '공룡', 한국 풍력 진출 접은 이유 들어보니

빌바오(스페인)=김지현 기자
2026.10.11 12: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풍력 '메카' 바스크]④글로벌 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바스크주 무역투자청 관계자 인터뷰
"풍력발전·산업 관점에서 모두 한국 시장 매력적, 바스크 기업들도 진출 관심..제도적 불확실성은 해결해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중심 도시 빌바오에 위치한 바스크 무역투자청에서 만난 베고나 디아즈 곤잘레스 이베르드롤라 해외사업 총괄 /사진제공=한국풍력산업협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중심 도시 빌바오에 위치한 바스크 무역투자청에서 만난 베고나 디아즈 곤잘레스 이베르드롤라 해외사업 총괄 /사진제공=한국풍력산업협회

유럽을 대표하는 재생에너지 산업 관계자들은 한국 풍력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도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조선·철강 등 풍력 기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다수 포진한데다 전력 수요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 중심 도시 빌바오에 위치한 바스크주 무역투자청에서 만난 베고나 디아즈 곤잘레스 이베르드롤라 해외사업 총괄은 "한국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전기설비 등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이 많다"며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관심을 드러냈다. 바스크주에 기반을 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는 현재 총자산이 1650억유로(약 252조)를 웃돌고, 전세계에 설치한 발전설비 용량은 약 60GW(기가와트)에 달한다. 특히 일찍부터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사업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이베르드롤라는 풍력발전이 성장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과거 이베르드롤라가 GS(104,000원 ▼5,900 -5.37%)에너지와 손잡고 2021년 한국 풍력시장 진출을 검토하다 계획을 접은 배경에도 제도적 불확실성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고나 총괄은 "당시 한국의 육상풍력은 사업 추진 일정과 소요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해상풍력은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데다 규제 체계도 불안정했다"며 "정부와 체결하는 PPA(전력구매계약) 역시 명확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각국에 진출을 추진하던 만큼 여건이 더 유리한 국가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석탄화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아 당장 한국 진출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거시경제가 안정되면 다시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고나 총괄은 "개발사업자로서는 아니지만 풍력 관련 제품 공급업체들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해상풍력 분야를 중심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바스크주 기업 '키무와' 작업자들이 해상풍력 인양 장비 하중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자재에 대한 품질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바스크주 기업 '키무와' 작업자들이 해상풍력 인양 장비 하중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자재에 대한 품질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바스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바스크주 무역투자청의 나고레 보니야 가바라인 청장도 "한국은 해상풍력이 필요한 심해를 갖추고 있고, 조선소와 철강, 대형 건설 기업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산업 규모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바스크 주정부 차원은 물론 현지 기업들의 한국 풍력 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대규모 산업 역량을, 바스크 기업들은 전문 기술을 각각 제공해 협력할 수 있다"며 "한국 산업은 우리에게 우선적이고 전략적"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는 △부유식 해상풍력 △유압 시스템·블레이드 등 고부가가치 부품 △해양구조물 엔지니어링 △풍력단지 모니터링·디지털화 △운영·유지보수(O&M) 등 5가지를 꼽았다. 나고레 청장은 "특히 최근 지정학적 환경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여러 국가 및 지역과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바스크 기업이 서로의 역량을 결합해 제3국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풍력발전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인허가 창구를 일원화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을 제정하고, 육상풍력은 발전사업 허가 신청 때 요구하던 1년 이상 풍황 실측자료 제출 의무를 폐지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베고나 총괄은 초기 시장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이고 아직 시장이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면 개발사업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조금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본뿐 아니라 해당 국가 내부 자본도 재생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지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산업1부 김지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