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먼저 깔고 AI데이터센터 건립…구글 텍사스 현장을 가다[르포]

태양광 먼저 깔고 AI데이터센터 건립…구글 텍사스 현장을 가다[르포]

하스켈(미국)=권다희 기자
2026.10.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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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1>AIDC·에너지 격전지 텍사스서 보다①태양광·ESS와 함께 짓는 데이터센터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수자원 고갈을 야기하며 전 세계적인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AI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AI 인프라의 글로벌 최전선인 미국과 핀란드, 싱가포르에서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 정책 당국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AI 혁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공존하기 위한 해법을 총 5편에 걸쳐 모색해봤다.
텍사스주 하스켈 카운티 구글의 저니(Journey)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사진=권다희 기자
텍사스주 하스켈 카운티 구글의 저니(Journey)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사진=권다희 기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서쪽으로 340여㎞ 떨어진 하스켈 카운티. 이곳은 황갈색 목초지와 목화밭으로 이뤄진 평원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서부 텍사스의 전형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인적 없는 시골길을 한참 달리던 중 돌연 붉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가는 중장비와 대형 트럭 행렬이 정적을 깨뜨렸다. 바로 구글의 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들어서고 있는 현장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찾은 구글 털마(Thelma)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은 인근 스탬퍼드 호수 주변의 광활한 농경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토요일인데도 무수한 골재 운반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고, 흙먼지 너머로 분주하게 기초공사가 실시되는 광겅이 포착됐다.

여기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같은 카운티 일대에는 구글의 저니(Journey) 데이터센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루 전인 2일에 찾은 현장에서는 골조를 올리고 있는 건물 모습이 길가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텍사스주 면허·규제국(TDLR) 자료에 따르면 털마 데이터센터는 건물 두 동의 등록 면적만 약 5만8500㎡에 달한다. 저니 데이터센터 두 동 면적의 합은 약 4만6100㎡ 규모다. 각각 축구장 8.2개와 6.4개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퀀텀1' 이정표/사진=권다희 기자
'퀀텀1' 이정표/사진=권다희 기자

대규모 태양광·BESS 옆에 데이터센터 짓는 구글

두 현장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데이터센터 공사장 인근으로 넓게 펼쳐진 태양광 발전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털마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목화밭 길목에서는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 인터섹트의 태양광·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를 알리는 '퀀텀 1(Quantum 1)' 진입 안내 표지가 먼저 등장했다.

저니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또 다른 태양광 발전시설이 광활한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섹트가 공개한 퀀텀 1·2 사업의 전체 규모는 태양광 설비용량 640메가와트(MW), BESS 저장용량 1.3기가와트아워(GWh)에 이른다. 텍사스 인구 약 27만명이 1년간 가정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며, 배터리 저장용량은 주민 약 10만명의 하루치 전력 사용량에 달한다.

올해 상업 운전을 본격화된 이 거대한 태양광·배터리 단지는 구글이 추진하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전력 우선(Power-first)' 전략의 핵심 시험대다.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ESS를 묶어 함께 개발하는 방식이다. 발전시설과 전력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단지처럼 함께 개발해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 준비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책 싱크탱크 에너지이노베이션은 구글의 하스켈 사례처럼 청정 전력 발전원·저장장치와 전력 소비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인접한 곳에 한데 묶어 하나의 유연한 수요처럼 개발하는 '에너지파크'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모델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파크는 발전·저장 단지와 데이터센터 모두를 한 접속지점에서 전력망에 연계하는 방식이다. 발전·저장·소비시설을 함께 개발하고 변압기 등 전력설비를 공유해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더 빠르게 확보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주변에 전기가 남을 때는 이를 받아 쓰거나 저장해 전력망의 부담도 던다. 특히 태양광이 생산한 전기와 ESS에 저장한 전기로 데이터센터가 외부 전력망에서 끌어와 쓰는 최대 전력량(피크 부하)을 줄인다는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 부하 증가를 막아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 승인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력망 연계 지연을 피해 데이터센터 전용 오프그리드(Off-grid·외부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현장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방식) 가스발전을 짓는 시도가 늘고 있는데, 이는 예비 전력·연료망을 자체 구축해야 하는 부담과 탄소배출·환경 규제 위험을 안고 있다. 반면 청정에너지·저장장치를 데이터센터와 함께 개발하는 방식은 전력망에 접속하면서도 지역 전력망 부담을 낮춰 데이터센터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방식은 지역의 피크 부하를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에 전기 요금의 상승도 방지한다.

구글 데이터센터 공사현장 바로 인근에 넓게 펼져진 태양광 발전시설의 일부/사진=권다희 기자
구글 데이터센터 공사현장 바로 인근에 넓게 펼져진 태양광 발전시설의 일부/사진=권다희 기자

전력 공급 데이터센터에 지역사회도 우호적

구글은 이같은 방식의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2024년 12월 인터섹트·TPG 라이즈 클라이밋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어 모회사 알파벳이 올해 3월 인터섹트 인수를 완료했다. 빅테크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에너지 개발사까지 직접 품어 안은 것이다.

구글이 하스켈에서 시도한 건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확충과 비용 부담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였지만,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직접 전력 공급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 됐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신규 발전원 확보를 함께 추진한다는 점은 지역사회와 당국이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우려 중 하나가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주민 전기요금 인상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이스벨 하스켈시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구글과 처음 소통을 시작했을 때 지역 전력망에 공급하는 전력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주민들의 전기요금이 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입장에서 이 점이 데이터센터를 수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데이터센터 규제현황/그래픽=윤선정
주요국 데이터센터 규제현황/그래픽=윤선정

"데이터센터, 책임있는 전력망 구성원 돼야"

실제로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정치적·정책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강화하는 제도는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온 텍사스주마저 데이터센터 사업자 책임과 전력망 접속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6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 비용을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주 규제기관에 지시했다.

같은 달 텍사스주 공익위원회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접속 신청을 묶어 심사하는 ERCOT의 '배치 제로(Batch Zero)' 절차를 승인했다. 여러 사업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하고 필요한 송전망 보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어 지난달 애벗 주지사는 전력망·용수 영향 등에 대한 감사가 완료될 때까지 주 환경당국의 데이터센터 관련 허가 발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데이터센터 확대가 기존 소비자의 전기요금과 지역사회의 용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 역시 규모 확대에 걸맞게 데이터센터의 전력망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텍사스의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신뢰성을 연구해온 대니얼 코헨 미국 라이스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데이터센터는 자신들의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송전선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보조금 없이 시장가격으로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스펜서 국제에너지기구(IEA) 선임 에너지분석가도 머니투데이와의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정책 틀을 마련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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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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