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피의자 0명, 처벌이 우스운 기술도둑
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막대하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기술유출 사범 얘기다.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넘긴 기술유출 사건 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0건이었다. 기소돼도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이 떨어지거나 실형인 경우에도 많아야 징역3년이었다. 기술유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솜방망이' 처벌은 없어야 한다.
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막대하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기술유출 사범 얘기다.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넘긴 기술유출 사건 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0건이었다. 기소돼도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이 떨어지거나 실형인 경우에도 많아야 징역3년이었다. 기술유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솜방망이' 처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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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술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구속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도 삼성SDI·SK온의 전기차용 배터리,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지만 이들 피의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반도체, 배터리는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기술유출 범죄에 한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내규를 마련했지만 매번 법원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술유출이 관련 산업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사법부의 판단에 수사의 난도는 그만큼 높아진다고 수사기관들은 호소하고 있다. 자칫 기술유출 사범들에게 '걸려도 큰 부담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기술유출 혐의 사건 22건 중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는 0건이었다. 해외 기술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19일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한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법조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현행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형으로 낮은 편이 아니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강화된 양형기준에 따른 1호 판결이 나온 뒤에나 법원의 엄단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해외로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데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개별사건별로 쟁점들이 많아 선고형량이 쉽게 높아지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기술유출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데 비해 재판부의 전문성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19일 국가핵심기술 등을 국외로 유출한 범죄에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 권고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판사가 징역형 집행을 쉽게 유예하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국내 사법 체계의 현실은 그동안의 법원 판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형량이 '3년 이상의 징역', 일반산업기술의 경우엔 '1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결코 낮지 않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입증 부족이나 이익 미실현, 초범 등의 감경사유로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게 결정되는 사례가 태반이다. "법원이 '기술간첩'을 키우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 6년 동안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97건(155명) 가운데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9건(9명)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기술유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은 10명 중 감옥에 간 사람이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36건)나 벌금형(7건)에 그친 사례가 절반에 달한다. 대학교수의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기술 유출 사
기술유출 사범을 수사하는 '산기(산업기술)' 경찰은 외롭다. 승진으로 축하받을일 보다 옆 동료의 승진으로 축하해줄 일이 더 많다. 승진 평가에 필요한 정량적 기준인 검찰 송치건수, 구속 건수 등 실적을 마련하는 데 극히 불리한 게 산기 경찰이다.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도 해외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최소 2년은 조사해야 검찰에 넘길 수 있고 매번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만 번번이 법원에서 막아세운다. 승진이 쉽지 않으니 후배 양성도 쉽지 않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내에서 승진이 어렵기로 손꼽히는 곳이 기술유출 사건을 전담하는 안보수사국이다. 책임감있는 수사경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승진이다. 계급정년 제도가 있는 경찰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승진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경찰이 수사에 성과를 내려고 뛰어든다. 그러나 기술유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안보수사국, 시도청 안보수사대 경찰에게는 먼 얘기다. 사
"중국으로 기술이 넘어갔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가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아세요?" 비밀이 새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국내 첨단 산업을 휩쓸고 있는 중국향(向) 기술유출에도 신고를 꺼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6년간 수십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알려진 유출사례는 여전히 적다. 기업들은 주가 하락과 추가 유출 피해, 신고 후 불이익을 우려해 섣불리 공개하기를 꺼린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영업 비밀을 지키겠다는 기업도 나온다. 23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주요 기업 8곳에 기술 유출 시 사후대처를 질의한 결과 이 중 6곳이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수사 과정의 2차 유출'과 '주가 하락', '대외 이미지 훼손' 등을 꼽았다. 특히 2차 유출은 기업의 최대 걱정사항 중 하나다. 수사 인력이 비밀이 가득한 팹(생산 설비) 안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수도권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신고하려면 유출된 기술·인력을 상세히
21대 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할 경우 처벌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3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을 내린 114건 중 유기형을 선고한 사건은 12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행유예(40건) 또는 벌금형(11건)에 집중됐다. 실형 선고 비중이 10% 수준에 그친 셈이다. 법적 처벌수위가 느슨한 반면 산업기술 유출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가 한 해에 3~6건 수준이었으나 2023년엔 13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8년간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 165건 중 39건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외로 기술을 유출한 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