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리는 그놈목소리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달 피해액이 500억원을 돌파하고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서민 지원용 금융 상품까지 악용하는 등 신종 기법이 활개를 친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진화하는 범죄 행태를 살펴본다.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달 피해액이 500억원을 돌파하고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서민 지원용 금융 상품까지 악용하는 등 신종 기법이 활개를 친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진화하는 범죄 행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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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인보다 더 나쁜 일을 했습니다." 김인구씨(33·가명)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총책이었다. 충북에 살던 그는 옆동네 형에게 '중국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2015년 봄 중국 옌지시로 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갔다. 2019년 여름 한국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직원' 12명을 둔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 사장님이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현재 자영업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털어놨다. ━'韓中 협업'…12명 일하는 '사무실'서 年 30억원씩 챙겨━ 중국 옌지에서 김씨는 '한국사장'으로 불렸다. 그는 '중국사장'과 동업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했다. 중국의 피싱 조직은 대다수가 한국사장과 중국사장이 동업하는 구조다. 한국사장은 한국인 직원을 모집하고 '콜센터' 운영을 총괄한다. 콜센터 직원은 금융기관 직원인 척 한국에 전화해 피해자를 속인다.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은 범정부 차원 노력으로 감소세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말부터 건수와 피해액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1인당 피해액이 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일각에선 '걸리면 거덜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561억원으로 파악됐다. 같은해 1월 257억원 대비 11개월 만에 월간 기준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보이스피싱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수사당국의 집중 단속으로 피해액이 크게 줄고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 월간 피해액이 2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에 머물렀다. 발생건수도 연간 기준 2021년 3만982건, 2022년 2만1832건으로 감소세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이같은 분위기는 급변했다. 11월엔 전달 대비 피해액이 213억원, 발생건수는 448건 증가했다. 그 다음달인 12월엔 연간 최대치인 1813건, 561억원을 기록했다. ━걸리면
"안녕하세요 신한저축은행의 담당 김은하 대리라고 합니다. 현재 고객님께서 받으실 수 있는 상품은 저축은행 중앙회에서 지원하는 스탠다드 론이라는 정부 지원 상품으로 진행이 가능하셔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보이스피싱 범죄자) "오 그런게 있나요?"(피해자) 어설픈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제 없다. 전문화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부 경제 정책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각종 관련 기사를 반복 확인한다. 정부 정책 발표에 맞춰 조직 내 미끼문자팀, 해커팀, 콜센터 팀, 시나리오팀이 피해자 한 명을 속이기 위해 전부 달려든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27일 정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마감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겨냥한 미끼문자(스미싱) 발송량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막아놨지만 이를 우회해서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이 있다는 식의 미끼문자가 나돌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를 제공하
# "지금부터 보안 강화 프로그램을 제가 다 설치를 해드릴게요. 휴대폰 아래에 네모로 된 거 클릭하시고요. OOO를 검색해주세요." 한 여성에게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사기 범죄가 늘어나는데 보안 강화 프로그램 어플리케이션(앱) 설치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평범한 목소리였다. 더듬거나 긴장하지도 않았다. "팀장할 때 팀, 뷰리풀할 때 뷰, 어머니할 때 어"라고 말하며 친절하게 앱 설치법도 알려줬다. 여성 옆에 있던 딸이 의심을 했지만 "경찰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히려 앱 설치하는 것을 도와주라고 했다. 영상 속 이 남성, 알고보니 보이스피싱범이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이들을 상대로 경찰관으로 사칭해 악성앱 설치를 유도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사실 뜯어보면 어설픈 지점들이 있다. '플레이스토어'를 '플레이스토커'라고 하기도 했고 전화가 끊기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겁을 준다.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입니다"… 수사기관 사칭
# 김성자씨(49)는 2012년 5월 경기 화성시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했다. 벌이가 빠듯해 부업으로 전기장판을 보관하는 부직포 가방도 만들었다.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대목이었다. 공장에 납품을 마치고 돌아서던 차였다. 4살 된 막내아들이 공사 중인 옆 건물 난간에 떨어졌다. 김씨가 달려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들은 고양이처럼 울었다. 그 소리를 들은 공장장이 모자를 발견했다. 1년간 입원하고도 2년간 통원 치료를 받았다. 머리, 어깨, 허리 몸의 여러 군데가 고장 났다. 치료비는 보험을 적용해도 3600만원이나 됐다. 김씨는 안전망 미설치를 원인으로 보고 건물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는 건물주를 상대로 가압류하려면 공탁금을 먼저 내야 한다고 했다. 통상 가압류를 신청하는 채권자는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둔다. 재판은 2016년 1월27로 잡혔다. ━"수원지검입니다"…재판 보름 전 걸려 온 전화, 피싱이었다━ 재판을 보름 앞둔 1월11일 오전 11시쯤 '수원지방검찰청'이
택배 알림이나 부고장 등 일상 속 흔히 접하는 메시지를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들끓는다. 지인을 비롯해 발신자가 누구든 문자 메시지에 담긴 인터넷 주소(URL)는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월평균 342억7000만원 수준이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같은해 11월 483억원, 12월 56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택배, 부고장, 건강보험공단 등을 사칭해 문자를 대량으로 보낸 뒤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행태를 보인다.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핸드폰에 악성 앱이 설치돼 범인에게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 ━"부친께서 별세…" 무심코 누른 URL, 싹 털린 개인정보━ 문자 메시지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지다 보니 무심코 눌렀다 피해에 노출되기에 십상이다. 대표적으로 '부친께서 금일 별세하셨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내용 뒤에 마치 장례식장 주소를 알려주는 듯 인터넷 주소가 덧붙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