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실종리포트-다섯 가족 이야기(下)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총 6 건
눈을 뜨니 옆이 허전했다. 아내가 없었다. 김화선씨(86)는 신발을 구겨 신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꽃샘추위는 옷깃을 여며야 할 만큼 차가웠지만 떨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방배동 전체를 이 잡듯 뒤졌다. 함께 다니던 등산로부터 사람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살폈다. "OOO 어딨어!" 답답한 마음에 이름을 소리쳐 보고, 주변 상인들에게 아내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근처를 지나간 적 없는지 묻고 또 물었다. '금방 찾겠지'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가슴은 더 뛰었다. 2시간 후인 오전 9시, 김씨는 인근 파출소·지구대에 신고하고 CCTV(폐쇄회로TV)를 봤다. 화면 속 A씨는 자정쯤 집을 나서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후에도 김씨는 계속해서 A씨를 찾았다. 한밤 중에 탈진하지 않았을까, 제멋대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팔순이 넘은 김씨는 그렇게 몇시간을 뛰어다녔다.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두 다리가 야속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송파경찰서에서 연락이
새어머니는 종석이 아버지한테 자녀가 없는 줄 알고 재혼했다. 얼마 후 사별한 전처가 낳은 종석이와 동생 종순, 종자가 서울로 아버지를 찾아왔다. 하루 아침에 자식 셋이 생긴 새어머니는 "보따리 싸서 나가겠다"고 했다. 종석이는 가족들이 함께 있는 단칸방이 싫어 자주 집을 비웠다. 어느날 집에 돌아와 보니 두 동생이 없었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61년이 흘렀다. ━1962년, 먹고 살기 바빴던 그 때 그 시절…세남매는 그렇게 흩어졌다━ 종석은 1954년 충북 중원군 상모면 화천리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집안은 지역 유지였다. 그 당시 아버지는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집에 있는 5단 짜리 '단스'(옷장을 뜻하는 일본어)를 열면 지폐가 가득했다. 종석이가 5살 때 가족은 충북에서 서울 성동구 사근동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때쯤 어머니에게 병이 생겼다. 병명도 몰랐다. 어머니는 "죽더라도 고향에서 죽고 싶다"며 종석이와 동생 둘을 데리고 충북 중원군 상모면 고향 마을로
# "갑자기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자꾸 깬다. 문자 좀 보내지 말라." - 민원인 A씨 지난 여름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으로 한 중년 남성의 민원이 접수됐다. 실종 문자(실종 경보 문자)로 아침잠이 깼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단기 실종자를 빠르게 발견하고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2021년 6월부터 실종 문자를 발송한다. 발령 가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실종 문자 발송에 항의하는 민원이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25년간 딸을 찾던 한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숨진 사건에 한 때 국민 시선이 집중됐지만 실종 사건과 가족에 대한 보편적 관심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최근 실종 사건이 늘어나면서 실종 문자 발령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만 △2021년 66건 △2022년 348건 △지난해 654건의 실종 문자가 발송됐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 261건의 실종 문자가 전송됐다. 실종 문자는 재난 문자 형식으로 발송된다. 실종자의 성별
# 지난 5월 A씨는 가출한 여고생을 도와준다며 모텔로 불렀다. 그는 경찰에 검거된 후 억울하다고 호소했으나 '미신고 보호' 및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해당 모텔 업주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 지난 4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된 13세 B양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40대 C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3일간 숙식을 제공하는 등 '미신고 보호'한 혐의다. 그는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미성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헬퍼'가 활개치고 있다. 대체로 길거리 청소년 등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후 성착취 등 범죄를 벌인다. SNS(소셜미디어)상에서 시작된 헬퍼 범죄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X(옛 트위터) 등 SNS에 '헬퍼'나 '헬프'를 검색한 결과 최근 1시간 내 관련 게시물이 10개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헬프는 헬퍼의 도움을 받으려는 미성년자를 뜻한다. 헬퍼는 거주 지
"실종 가족분들께서 감격스러워하시는 것을 보면 저희도 보람을 느껴요. 다음 사건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죠. " - 서울경찰청 폭력계 함명호 팀장(경감) "이전에는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만 상대해서 그런지 살짝 지쳤던 것 같아요. (실종 업무를 맡고) 일반 분들도 이렇게 도와드릴 수 있구나, 기뻤습니다.(웃음)" - 서울경찰청 폭력계 전세희 경사 "저도 할머니 손에서 컸거든요. 실종 어르신들을 보호자께 인계할 때 가끔 울컥하기도 해요." - 강서경찰서 실종팀 고병철 경위 "청소년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 구로경찰서 실종팀 김성열 경사 "쉬운 업무는 아니지만 실종팀에 온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 서울 방배경찰서 실종팀 정우재 경장 서울경찰청 및 일선서에서 활약하는 '실종경찰'들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열악한 수사 환경에서도 △7번 실종된 치매 어르신을 찾아내고 △어릴 적 생이별한 남매를
"실종 가족을 만나는 기적이 이뤄지면… 그 때부터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할 때가 있죠."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 협회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꿈에 그리던 가족과 만나는 기적의 순간도 잠시, '날 버린 건가요' 날 선 물음에 끈질지게 '답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은 지난 4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실종 가족들을 만났다. '2024 실종리포트-다섯가족 이야기'는 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실종 가족들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실종 가족들과 함께 쓴 '2024 실종리포트-다섯 가족 이야기'━ 수연씨(43)는 19년째 할머니를 찾고 있다. 그의 사랑으로 수연씨가 24살 청년으로 자랐을 때 세월은 할머니에게 인지 기능을 앗아갔다. 2005년 6월 시계방에 간다던 할머니가 사라졌다. 수연씨는 할머니를 찾아 1년간 무료 급식소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추석이 다가오니 더 먹먹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