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으로 간 '한뼘의 장벽'
누군가엔 한뼘에 불과한 문턱이 어떤 이에겐 매순간 극복해야 하는 장벽이다. 흉내만 낸 경사로에 쩔쩔매는 유아차와 노인, 휠체어를 보면서 우린 어느 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두고 3년만에 공개변론을 연다.
누군가엔 한뼘에 불과한 문턱이 어떤 이에겐 매순간 극복해야 하는 장벽이다. 흉내만 낸 경사로에 쩔쩔매는 유아차와 노인, 휠체어를 보면서 우린 어느 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두고 3년만에 공개변론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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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수원역 인근 한 편의점 앞. 목이 말라 생수 한 병을 사려던 조봉현씨(65세·남)는 높이 약 10㎝ 문턱 앞에서 멈춰섰다. 서너살 어린아이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지만 휠체어를 탄 조씨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이다. 조씨에게 편의점의 문턱이 사실상 벽이 돼버린 것은 6년 전부터다. 조씨는 희귀병을 앓으면서 하루 아침에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예전엔 출·퇴근길에 수시로 드나들던 편의점이지만 이제는 경사로가 설치된 편의점을 찾아 헤맨다. 편의점 등 경사로가 없는 소규모 점포 앞에서 멈춰서는 이들이 조씨 같은 장애인만은 아니다. 유아차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도 계단과 문턱은 '일상의 장벽'이다. 경사로가 몸이 불편한 일부 시민들의 관심사만이 아닌 셈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6년이 흘렀지만 경사로가 없어 쩔쩔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
대법원이 23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열고 "국가가 편의점 접근권을 방치했다"며 장애인과 유모차 이용자, 노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다. 2021년 6월 이후 3년여만이자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뤄지는 첫 공개변론이다. 그만큼 장애인과 임산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편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사건에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 낙태법 등 입법 공백이나 지연이 일어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가 상대 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가 장애인 관련법 시행령에서 '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아 장애인·유모차 이용자·노인 등 이용자들이 손해를 봤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국가가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규정한 시행령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은 사실이 입법자의 부작위(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라 위법한지, 이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하는지를
대법원이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입법 부작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기존 판례를 깨는 최초의 판결이 된다. 국가의 입법 행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세워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입법자(국회의원 등)의 부작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아직까지 없다. 입법 부작위는 입법 기관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할 상황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법원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무에서 이를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다루는 내용은 허술한 법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시행령 개정 의무를 해태한 것에 대해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추상적인 법규범을 제때 개정하지 않은 것
"경사로를 설치하려면 한 달 수익을 모두 쏟아부어야겠지요. 부담은 되겠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 계속 영업하려면 어쩌겠어요." 지난 20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점장 A씨(50대·남)는 '편의점 앞 경사로 설치가 전면 의무화되면 따를 것인지 묻는 말에 "폐업도, 시위도 할 생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소수를 위해 감내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이 주변 땅값이 평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데 경사로 하나 들어서는 땅값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평소 편의점에 장애인이 방문하면 버선발로 마중 나간다고 했다. A씨는 "편의점 앞에 휠체어가 서면 뛰어나가 돈이나 카드를 받고 가게에 들어와 상품을 직접 가져다드린다"며 "휠체어를 안에 들이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애인이 편의점을 방문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휠체어를 타고 찾는 손님은 외국인 관광객 뿐이다. A씨는 "편의점이라는 게
#네덜란드에 사는 대학생 보윈 드 위(22·여)는 휠체어를 타고 홀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보윈은 출발 1시간 전 미리 네덜란드의 주요 여객 철도청인 NS(네덜란드 스포르웨겐)어플이 제공하는 무료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를 예약했다. 플랫폼에 도착하니 대기하고 있던 도우미가 활짝 웃으며 보윈을 맞이했다. 도우미는 이동식 경사로를 깔고 휠체어를 밀어 지정석까지 보윈을 안전히 데리고 갔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모모(60대·가명)는 인근 전철역을 주로 이용한다. 그는 지하철을 탈 때 심심찮게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보곤 한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기 전 역무원을 불러 목적지를 미리 알린다. 역무원은 발판을 들고나와 기다리다가 지하철이 들어오면 이를 깔아 길을 만들어 준다. 지하철이 출발하면 목적지에 있는 다른 역무원에게 연락해 발판을 들고 대기하게 한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직접 소송을 낸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제 도입 속도가 미진한 상황을 지적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