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골든타임
석유화학 사이클이 사라졌다. 3~5년에 한 번씩 오던 호황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중동발 과잉공급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은 반도체·자동차·건설·유통 등 전 산업 분야의 근간으로 대한민국이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골든타임' 안에 사업혁신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석유화학 사이클이 사라졌다. 3~5년에 한 번씩 오던 호황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중동발 과잉공급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은 반도체·자동차·건설·유통 등 전 산업 분야의 근간으로 대한민국이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골든타임' 안에 사업혁신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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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영업이익 10조원이 증발했다. 석유화학 업계 얘기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트렌드 세터'로 다시 태어나는 것만이 K-화학의 유일한 탈출구로 거론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LG화학 화학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금호석유화학)의 지난 3분기 기존 올해 누적 영업손실 총합은 5012억원에 달한다. 2021년만해도 모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도합 9조원을 넘게 벌었던 게 화학 4사였지만, 2022년부터 하나 둘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중국발 범용 화학 제품 '찍어내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화학 산업의 '쌀' 격인 에틸렌의 경우 최근 글로벌 증설의 50~60% 수준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남아도는 화학 제품들이 저가에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K-화학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 이제 "화학 산업에 사이클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
LG화학은 최근 6개의 PVC(폴리염화비닐) 라인 중 두 개를 '초고중합도 PVC' 전용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PVC 대비 내열성과 내구성이 우수해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스페셜티 소재다. 중국과 중동이 대량생산 가능한 범용 제품인 PVC로는 더이상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화학 기업들은 이같은 방식의 변화에 매진하고 있다. 백화점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놓고 3~5년 사이 돌아오는 호황 사이클을 기다리는 패러다임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미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이 글로벌 에틸렌 증설 물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COTC(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로 원유에서 화학 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중동의 에틸렌 생산 손익분기점은 K-화학의 3분의1 수준까지 떨어졌다. 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트렌드 세터가 돼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중동이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반도체·전기차·드론 등 미래 혁신 산업에 적용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에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강도'와 '타이밍'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17일 업계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는 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어려운 업종에 대해 선제적 사업재편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기업활력법을 강화해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이외에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 △원재료 관세 인하 △연구개발비 지원 등이 담길 게 유력하다.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중국·중동발 저가 범용 제품 러시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 돌파구를 찾기 힘든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
3년 침체를 이어온 석유화학업계의 내년 전망은 일단 나쁘진 않다. 글로벌 설비증설 속도가 꺾이며 업계를 짓눌렀던 공급 부문에서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트럼프 2기의 셰일 오일 증산 방침이 현실화하면 유가 안정화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도입 가격이 내려가 원가 압박도 걷힐 수 있다. 이 덕에 업계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2026년부터 재차 대규모 글로벌 설비증설이 예정돼 있어 내년 업황 회복이 현실화해도 동족방뇨다. 업계가 내년이 2026년 부터 더 매서워질 위기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석유화학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이달 초 241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손익분기점이 통상 210~23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흑자전환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평균 스프레드가 169달러였던 올해 1~3분기 석유화학 빅4(LG화학 화학부문, 롯데케미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