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석유화학 골든타임] ① 위기의 K-화학

3년만에 영업이익 10조원이 증발했다. 석유화학 업계 얘기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트렌드 세터'로 다시 태어나는 것만이 K-화학의 유일한 탈출구로 거론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LG화학 화학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금호석유화학)의 지난 3분기 기존 올해 누적 영업손실 총합은 5012억원에 달한다. 2021년만해도 모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도합 9조원을 넘게 벌었던 게 화학 4사였지만, 2022년부터 하나 둘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중국발 범용 화학 제품 '찍어내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화학 산업의 '쌀' 격인 에틸렌의 경우 최근 글로벌 증설의 50~60% 수준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남아도는 화학 제품들이 저가에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K-화학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
이제 "화학 산업에 사이클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 회복으로 범용 제품 수요가 늘어난다해도, 이 과실은 값싼 인건비의 중국, 혹은 원유를 보유한 중동이 가져갈 게 유력하다. 백화점 식으로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VC(폴리염화비닐) 등 범용 라인업을 구축해놔봐야 물량과 가격 경쟁력에서 이들을 이길 수 없다.
변화만이 살 길이다. 기업 차원에선 우선 슬림화 등 고강도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조직을 가볍게 하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한 후, 범용에서 스페셜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취지다. 사업 매각, 축소, 인원감축 등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와 같은 '트렌트 세터'로 변하는 과정이다. 앉아서 사이클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반도체·전기차·드론·AI 등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필요한 소재들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적시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범용 소재를 특정 기업에 몰아주고, 나머지는 스페셜티에 집중하는 '팀 코리아' 방식까지 언급된다. 최창윤 삼일PwC 파트너(전무)는 "고통스럽지만, 과감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게 그나마 남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길"이라며 "통폐합 이후 제기될 수 있는 독과점 문제에 있어 예외를 두는 등 필요하면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