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전쟁 이제 끝내자
매일 밤 거리에서선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에 올라타려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수십년째 승차거부가 계속되지만 당국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해결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일까. 시민의 불편은 끝없이 이어진다. 난제인 승차거부의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 보고 해법을 모색해 봤다.
매일 밤 거리에서선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에 올라타려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수십년째 승차거부가 계속되지만 당국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해결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일까. 시민의 불편은 끝없이 이어진다. 난제인 승차거부의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 보고 해법을 모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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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는 택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19년 '경성택시회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처음 등장한 택시는 경제가 활력을 띄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1986년 서울 택시의 연간 수송 인원은 100만명에 이르렀다. 택시 이용이 크게 늘며 승차거부 문제도 함께 불거졌지만 수십 년째 해결 방안은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현장에선 외면받기 일쑤다. 그사이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됐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승차거부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은 1994년 8월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서다. 이듬해 2월 4일부터 전국에서 택시의 승차거부 행위가 금지됐지만 20여년이 지났어도 거리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택시 승차거부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불친절(33.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0.8%(6909건)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총 2만2009건에 달한다. 1982년 불법으로 규정된 이후 오늘날에는 자취를 감춘 합
밤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사거리. 술자리를 마친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저마다 손을 흔들기를 30여분. '빈 차' 불이 켜진 택시들은 손님들을 힐끗 쳐다보고 그대로 지나쳤다. 가까스로 멈춰선 택시 한 대에 손님이 몸을 욱여넣자 택시기사가 묻는다. "혹시 콜 부르셨어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콜 영업이 시장을 장악하며 승차거부 양상도 달라졌다. 직접적인 승차거부 대신 '디지털 승차거부'(콜거부)가 일상이다. 단거리 승객의 택시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 장거리 승객의 콜만 골라 받는 택시기사들은 당당하다. 승차거부와 콜거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인식이다. 3일 머니투데이가 서울시 개인·법인 택시기사 100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결과 택시기사들의 70%(70명)는 '일상적으로 콜거부를 한다'고 응답했다. '콜거부를 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19%(19명)에 그쳤다. 나머지 11명은 택시 앱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택시기사는 승차거부와 콜
택시 기사들이 (디지털) 승차거부를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납금 이상을 벌어야 하다 보니 돈이 되지 않는 단거리 주행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들도 할 말은 있다. '기사 기근' 현상으로 사납금을 낮추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법인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이것이 또다시 기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16만5000원(주·야간 평균)을 번다. 이 중 80%가량인 13만500원(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중앙임금협정 기준, 주·야간 평균)을 사납금(납입기준금)으로 지출한다. 사납금은 택시법인에서 택시 운행에 필요한 정비요금, 보험료 등 운영경비를 보전하기 위해 기사들에게 받는 돈이다. 회사는 사납금의 일부를 다시 기본급으로 기사들에게 지불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서울지부 관계자는 "기사 1인당 사납금에서 나오는 한 달 평균 기본급이
#10년 차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72)는 5년 전부터 심야 근무를 나가지 않는다.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4시에 나와서 오후 6시면 퇴근한다. 김씨가 밤 근무를 포기한 건 술 취한 손님을 상대하기 싫어서다. 술 취한 손님과 시비가 붙어 힘을 빼느니 차라리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편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다. #5년 전 개인택시를 몰기 시작한 이모씨(65)도 밤 10시 전에 퇴근한다. 야간에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새벽만 되면 피곤함이 몰려와 심야운행을 하지 않는다. 이씨에게 하루에 5만원 더 버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인택시의 심야 운행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시 전체 택시의 약 70% 가까이 차지하는 개인택시가 심야운행을 줄이며 택시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갖은 대책에도 좀처럼 줄지 않는 승차거부와 '디지털 승차거부'(콜거부)의 숨은 원인인 셈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등
#법인택시 기사 권모씨(66)는 지난달 21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서울 군자역에서 경기도 하남까지 가는 손님을 태웠다. 간만의 장거리 손님으로 운이 좋았다. 20분 정도를 운행해 1만3000원을 요금으로 받았다. 빈 차로 서울 강변역에 돌아와서 10분 정도를 대기하다 천호동에 가는 손님을 태웠다. 거리가 멀지 않아 요금은 7000원에 그쳤다. 새벽 1시 천호동 인근에서는 단거리 손님밖에 잡히질 않았다. 3명을 태웠지만 모두 5000원 이내의 짧은 운행이었다. 군자역으로 넘어오니 2시 가까이가 됐다. 면목동에 가는 8000원짜리 손님을 마지막으로 자양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날 권씨는 심야 2시간여 동안 장거리 운행 1건, 단거리 5건을 뛰었다. 번 돈은 4만원이 채 안 됐다. #개인택시 기사 문모씨(65)도 같은 날 자정 서울 청담동에서 운행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그때 스마트폰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경기도 용인을 가는 콜이 들어왔다. 장거리 운행이었다. 바로 승인을 누르고 달
고질적인 택시 승차 거부의 근본 원인은 택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택시가 너무 많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장거리만 고집하는 폐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택시가 과잉 공급된 것은 정부가 택시 면허 매매와 상속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60년대 법인택시 면허의 매매와 상속을 허용했다. 개인택시 면허 매매는 1972년부터, 상속은 1981년부터 각각 허용했다. 정부는 당시 노후 퇴직금이 없는 택시 운전자들을 위해 이 같은 선심성 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택시 면허는 한 번 발급되면 매매나 상속을 통해 영구히 사라지지 않아 공급과잉의 원인이 됐다. 현재 운행 중인 택시 가운데 60~70%가 매매·상속된 택시라는 추산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서야 신규 발급 개인택시 면허의 매매·상속을 금지했다. 이는 기존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을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더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인 택시 감차를 추진하면서 최근 개인택시 면허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5)는 회식이 끝난 후 택시를 잡을 때마다 힘들다. 도로를 지나는 택시는 많지만 막상 사는 곳을 말하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호출하면 아예 응답조차 없다. 박씨는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가려가면서 손님을 받는 게 짜증 난다"며 "정말 필요할 때 타지도 못하는데 택시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이모씨(여·26)는 몇 년 전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탔던 기억만 떠올리면 끔찍하다. 택시기사가 시속 120㎞ 이상 빠르게 달리자 이씨가 "천천히 가 달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당한 것이다. 이씨는 "밤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있는 상황에서 혹시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참았다"고 말했다. 승차거부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요금 인상을 통한 기사 처우 개선이 꼽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시민들의 반발이다. 난폭운전과 거친 말투 등 불친절을 겪은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매년 서울시에
"우리라고 손님이랑 얼굴 붉히며 승차거부 하고 싶겠나. 다 먹고 살려고 그러는 거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기사식당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56)는 심야 택시난의 원인을 묻자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달에 20일씩 꼬박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200만원 남짓인 상황에서 모든 비난의 화살이 택시기사들에게 향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승차거부와 '디지털 승차거부'(콜거부) 해소를 위해서는 현상 이면에 있는 택시 산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승차거부 적발과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더불어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등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칠 정도로 낮은 택시 요금이 심야 택시난의 고질적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기본요금과 동시에 심야 할증 요금 인상과 적용
승차거부(콜 거부 포함)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 심야 시간대에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서울 택시가 불과 2만6000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급 가능한 차량의 절반에 그치는 수치로 택시 공급의 기형적 상황을 보여준다. 택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자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3일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시택시정보시스템(STIS)을 이용해 올해 상반기 택시 공급 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각 시간대별 실차운행(승객을 태운 영업)을 하는 개인·법인택시 평균 대수는 2만1921대로 집계됐다. 1시간에 한 번이라도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택시를 말한다. 일평균 택시 실차운행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대별로 약 2만2000~2만4000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오후 9시부터 늘어난다. 야근과 저녁 약속 등을 마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거리로 나오면서다. 오후 9~10시 2만5614대를 비롯해 △오후 10~11시 2만6243대 △오후 11~1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