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당근도 채찍도 안먹히는 고질병 '승차거부'

[MT리포트]당근도 채찍도 안먹히는 고질병 '승차거부'

이동우 기자
2018.09.04 04:01

[택시전쟁, 이제 끝내자]②1994년부터 '불법 규정', 땜질식 처방에 아직도…

[편집자주] 매일 밤 거리에서선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에 올라타려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수십년째 승차거부가 계속되지만 당국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해결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일까. 시민의 불편은 끝없이 이어진다. 난제인 승차거부의 문제를 다각도로 들여다 보고 해법을 모색해 봤다.
서울역 근처에서 택시들이 탑승객을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역 근처에서 택시들이 탑승객을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사진=뉴시스

승차거부는 택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19년 '경성택시회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처음 등장한 택시는 경제가 활력을 띄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1986년 서울 택시의 연간 수송 인원은 100만명에 이르렀다.

택시 이용이 크게 늘며 승차거부 문제도 함께 불거졌지만 수십 년째 해결 방안은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현장에선 외면받기 일쑤다. 그사이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됐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승차거부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은 1994년 8월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서다. 이듬해 2월 4일부터 전국에서 택시의 승차거부 행위가 금지됐지만 20여년이 지났어도 거리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택시 승차거부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불친절(33.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0.8%(6909건)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총 2만2009건에 달한다.

1982년 불법으로 규정된 이후 오늘날에는 자취를 감춘 합승제와 다른 양상이다. 이 때문에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승차거부 대책의 진정성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향한다. 근본적 원인을 외면하고 땜질식 처방만 내놨다는 비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승차거부를 잡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했다. 승차거부의 가장 큰 원인을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수익 구조에 두고 요금 인상을 꾸준히 추진한 것이 대표적 유인책이다.

서울시의 경우 1988년 기본 거리 2㎞당 800원이었던 것을 2001년까지 1600원으로 꾸준히 인상한 것을 비롯해 △2005년 1900원 △2009년 2400원 △2013년 3000원으로 요금을 올렸다. 최근에는 기본요금을 최대 750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본요금 인상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수익 구조는 아직도 문제고 출근 시간과 심야에 몰리는 수요는 감당이 안 된다. 실제 하루 대부분이 목표 실차율 50%를 밑돌며 빈 차로 다니는 서울 택시들은 출근 시간과 심야에만 60%를 넘어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이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본요금이 아닌 심야 할증요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할증이 시작되는 시간을 앞당기고 과금 비율도 높이자는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정작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피하는 것은 심야이기 때문에 기본요금을 올려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5년과 2016년 서울시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택시 해피존'도 흐지부지 사라졌다. 심야에 강남과 종각 일대에서 특정 승차지점을 운영한 시도였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기사에는 3000원가량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무원이 현장에 나서 '계도'했지만 행정력의 한계로 지속되지 못했다.

채찍으로 쓰인 서울시의 '승차거부 삼진아웃제' 규정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모호한 승차거부 인정 요건 때문에 2015년 제도 시행 이후 퇴출당한 택시기사는 3명에 불과하다. 승차거부 대신 '디지털 승차거부'(콜거부)가 일상화되며 서울시가 내놓은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 '지브로'(Gbro)도 택시기사와 승객의 외면을 받았다.

승차거부를 없애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쉽지 않다. 택시기사들은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며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선거철만 되면 택시기사들의 눈치를 보는 지자체장과 정치권 때문에 변화가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2015년 서울시가 개인택시에 한 달 6일 이상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운행하도록 의무화하려 했지만, 택시기사들의 실력행사에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그간 공급을 늘리고 승차거부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심야 개인택시 확대 등은 반발에 부딪혀 잘 안 됐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승차거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원인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어느 사회든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수는 없는데 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금 문제와 택시 공급 등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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