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고무줄 금융약관
자살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금융회사의 약관을 놓고 수천억원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뭐가 문제길래 약관은 금융회사의 덫이 된 걸까. 약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약관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회사도 짐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자살보험금과 즉시연금 등 금융회사의 약관을 놓고 수천억원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뭐가 문제길래 약관은 금융회사의 덫이 된 걸까. 약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약관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회사도 짐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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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 약관으로 민원이 제기되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약관을 작성한 주체가 금융회사인 만큼 약관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가 책임지라는 취지다.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다. 하지만 이 원칙이 오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즉시연금에서 사업비를 떼지 말고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약관으로 소비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면 작성자인 금융회사가 불이익을 받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없는데도 소비자 편을 들어주는 쪽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 원칙이 소비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이용돼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민원 조정 결정에 금융회사가 불만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에 금융상품과 관련해 민원이 제기되면 금감원은 소비자와 금융회사간 조정을 시도하고 실패하면 분쟁조정위원회(
암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비자와 보험사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 입원일당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암보험 입원일당 분쟁에는 요양병원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암보험 약관 상 직접치료 목적일 경우 입원일당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최근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수술 후 요양목적으로 입원한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가입자도 많아 분쟁이 급증한 것이다. ◇40년 후 내다봐야 하는 보험약관= 국내에서 암보험이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80년 12월이다. 당시 국내에는 요양병원이 없었다. 요양병원은 1994년부터 공식 설립되기 시작해 2008년 690개, 2011년만 해도 988개였다. 이후 빠르게 늘어나면서 2016년 1428개로 5년간 1.45배 증가했다. 암보험 약관을 처음 만들던 당시는 요양병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40년 후에 요양병원 입원일당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지금과 같은 분쟁이 벌어질 거라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10개의 표준약관을 폐지하고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표준약관 제·개정 권한을 민간 기구인 상품심의위원회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김종석 자유한국당의원이 약관 사후보고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년 넘게 별다른 진전이 없다. 표준약관 폐지는 금융위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규제완화'가 정책 목표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보험산업은 규제가 가장 강한 분야로 지목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약관 사전심사로 인해 "붕어빵 상품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가격 자율화와 상품의 사후보고제 전환을 추진했다. 실제 '새로운 위험률'을 이용한 신상품이 아니면 상품을 자율적으로 출시한 뒤 분기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사후보고제가 도입됐다. 문제는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주요상품 10개의 표준약관이다. 표준약관은 금융위 권한을 위임받은 금감원이 시행세칙에 따라 만들고 각 보
신용카드사의 상품 약관 제정·변경이 사전심사제에서 사후보고제로 전환된다. 현재까지 카드사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변경하려면 금융당국에 먼저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카드사는 상품을 이미 개발해놓고도 제때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금융당국 역시 모든 상품을 일일이 심사해야 돼 업무적 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6일 금융권 및 국회에 따르면 금융상품약관 제·개정시 사전신고를 사후보고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지난 5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사전신고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소비자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약관 작성시 기준을 마련해 이를 위반했을 때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관련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 및 준비기간을 고려해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이 카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상품과 관련한 표준약관이 없지만 표준약관이 있는 국내보다 약관이 더 통일돼 있고 분쟁도 거의 없다. 일본은 확실한 인가제를 고수하고 미국은 약관 작성부터 전 과정을 자율에 맡기고 있어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일본식 인가제를 유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식 자율 규제를 지향하고 있어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인가제 일본·자율 규제 미국, 어정쩡한 한국=일본은 모든 보험 상품 약관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2015년까지 금감원 인가를 엄격히 지켰다. 일본은 당국이 인가를 내면서 약관 문구 등을 통일 시키기 때문에 표준약관이 없어도 한 보험사가 새로운 보장을 만들어 약관 지급기준 등을 작성하면 다른 회사도 같은 문구를 사용한다. 대신 인가를 받는데 평균 3개월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당국이 약관을 철저히 살펴보고 인가한다. 국내는 인가 기간이 45일에서 30일로 줄었고, 2015년에는 15일만에도 인가를 내줬다.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