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그후 한 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11일로 한달째다. 정국경색으로 내년 말까지 만들어야 할 대체입법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현장에선 의사들도, 임신여성들도, 하물며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도 혼란에 빠져 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11일로 한달째다. 정국경색으로 내년 말까지 만들어야 할 대체입법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현장에선 의사들도, 임신여성들도, 하물며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도 혼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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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지 한달째. 후속 법안 마련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의료진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범죄 등에 따른 임신에 한해 허용해온 낙태 수술에도 의료계에선 인공임신중절 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2020년말 처벌조항 폐지 이후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4년차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제대로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수련의 교육과정에 인공유산술이 포함돼 있지만 매뉴얼대로 배우는 경우는 없다"며 "대신 임신 중지를 의료윤리 과목에서 다루며 찬반토론을 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강원도 소재 모 의대 재학생 홍모씨(32)는 "인공임신중절을 언급한 강의안이 없다"며 "자연유산 시술 등을 참관할 때 교수님으로부터 (인공임신중절에도 쓰이는) 소파술, 흡입술에 대해 짧게 설명 듣고 넘어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66년 동안 이어온 낙태 처벌 조항
"낙태 시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청원 내용이다. 그는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며 "낙태가 합법화되고 산부인과 의사라면 당연해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도 낙태 시술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달라는 청원이다. 이 청원은 9일 현재 3만 5000여명이 지지했다.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대체입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 거부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명인 태아를 죽일 수 없다는 개인적·종교적 신념이 주된 이유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낙태가 산모의 건강에 해롭다는 신념을 설명했다. 산모 건강에 위험한 상황, 즉 의학적 낙태는 허용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이유 같은 비의학적 낙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최
#.성폭력상담센터 간호사 A씨는 임신 23주차에 센터를 찾은 10대 피해자에게 제휴병원을 소개해줬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으로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하지만 병원은 임신기간이 너무 길어 위험하다며 거절했다. 배가 불러가던 피해자는 결국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결국 음성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 허용 임신기간(주수)을 22주 이내라고 명시했다. 임신 22주는 WHO(세계보건기구)가 태아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기다. 관련법 개정안도 '22주 허용' 기조에 발맞춰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은 모체 건강에 위협이 없는 한 22주 이후 낙태를 금지했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도 금지다. 위반 시 의사에게 과태료 500만원 처벌 규정을 뒀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일부 보건의료계에서는 낙태 가능 임신기간을 법에서 제한해선 안된다고 지적
낙태죄 폐지가 결정됐지만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는 여전히 불법의 영역이다. 내년 말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유효해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법은 여전히 존재해 낙태는 위법인 게 맞다"며 "그러나 처벌이 유예돼 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낙태죄는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낙태를 결정하고 실행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유전적 장애, 근친상간,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의 경우는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이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함께 바뀌고 작동해야 하는 구조에서 법무부와 복지부는 함께 사안을 논의 중이다. 두 부처는 이 사안을 논의할 기구 선정과 일정, 방법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헌재 설정 기한(내년 말)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뿐이다. 시간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낙태를 둘러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게 한달 전인 한국과 달리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낙태 허용, 금지를 두고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낙태가 여성의 건강권이나 선택, 생명존중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 정치쟁점의 양상을 띠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와 2020년 대선 등과 맞물리며 미국 각 주정부에서는 낙태금지법 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벌써 최소 15개주의 주의회가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5개주에서는 낙태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지난 7일 '심장박동 낙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임신 6주 이후부터 태아를 생명으로 간주, 낙태 시술을 불허하는 내용이다. 임신 초기에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낙태를 제한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기 전 "우리는 무고하고 취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론을 내렸지만 일선 법원들엔 여전히 수많은 '낙태죄 사건'들이 남겨져 있다.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헌법불합치' 판단은 특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그 법률의 효력을 갑자기 중지시킬 경우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사실상 위헌 결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 이전까지만 현행 낙태죄 조항들을 계속 적용시키기로 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로 기소돼 형사재판 중인 사건은 총 96건이다. 이 중 6건은 현재 1심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헌재에서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단을 이끌어낸 정모씨에 대한 2심 공판도 이달 28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부분의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이 진행중인 낙태죄 기소 사건들에 대해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결정 이후 내년 12월까지 형법·모자보건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회 차원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헌재 결정 이후 국회에 제출된 낙태죄 관련 법안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모자보건법 개정안 총 2건이다. 해당 법안은 바른미래당·정의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의원 10명이 공동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은 제27장 제목을 ‘낙태의 죄’에서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개정하고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규정을 ‘모자보건법’에 규정하기 위해 삭제했다. 임신부의 동의없이 임신중절을 한 자를 처벌하는 ‘부동의 인공임신중절 치사상죄(부동의 낙태죄)’의 처벌은 강화했다.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현행 5년 이하에서 7년 이하로, 치사죄는 현행 10년 이하 에서 3년 이상 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22주 기간에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기존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