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영혼을 파괴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어눌한 조선족 어투는 한때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스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할 만큼 첨단화되고 지능화됐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의 숫자와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어눌한 조선족 어투는 한때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스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할 만큼 첨단화되고 지능화됐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의 숫자와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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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씨(48세)는 지난 3월 본인이 사용한 적이 없는 신용카드 해외결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확인을 위해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전화 상담원은 A에게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대신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며 "경찰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잠시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사기범)이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A씨 명의로 발급된 계좌가 범죄자금세탁에 이용됐으니 모든 계좌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휴대폰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사기범은 A씨의 휴대폰을 원격조종해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대출을 실행하고 "정상적으로 이체되는지 시험해보겠다"며 A씨에게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해 다른 계좌로 4900만원을 이체했다. 지난해 이런 식으로 보이스피싱에 당한 피해자는 4만8743명, 금액이 4440억원에 달했다. 피해액은 전년대비 83% 급증했다. 하루 평균 134명이 12억원에 달하는 생돈을 범죄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ATM(자동화기기)로 돈을 인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암호화폐)를 활용해 피싱한 돈을 현금화하는 단계까지 왔다.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방법은 사람을 속여서 대포통장에 돈을 보내게 한 다음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ATM에서 돈을 빼내는 것이다. 하지만 대포통장을 구하는 것은 물론 ATM에서 돈을 빼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6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100만원 이상 입금된 통장에서 ATM을 통해 출금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연인출제도’가 시행된 것은 특히 결정적이었다. ATM 등을 통한 이체를 막는 ‘지연이체제도’도 시행되고 있어 여러 계좌를 통한 돈세탁은 일단 막혀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찾아내기 위해 AI(인공지능)도 활용하고 있다. 딥러링 기술을 적용해 보이스피싱 피해 거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를 찾아낼 수 있다. 돈을 빼내기 어려워지면서 보이스피싱
#영화 '범죄도시' 속 조선족 범죄조직 모델 '흑사파'가 만든 보이스피싱 일당이 이달 6일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총책 등 11명은 흑사파의 지시를 받고 한국에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 전체 조직원은 20명이지만 중국에 머물고 있는 흑사파 조직원 9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의 소재도 파악했지만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경찰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단속 강화에도 사건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수법도 문제이지만 보이스피싱 조직 본거지가 해외에 있어 국제공조수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점이 수사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건수는 2014년 2만2205건에서 2016년 1만7040건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2017년 2만4259건, 2018년 3만413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만9828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338건에 비해 21.4% 증가했다. 수사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노력이 계속되지만 법안 통과는 더디다. 법 개정은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두 가지 축으로 진행돼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표적 보이스피싱 대응 법안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제출해 이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다단계판매, 유사수신 등 사기 범죄를 국가의 범죄 수익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그동안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부패 범죄 수익 대상 중에는 이 같은 사기죄로 인한 피해 재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 법에는 횡령죄나 배임죄 피해 재산만 범죄 피해 재산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도 피해금액을 되찾기 위해서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걸어야 했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 피해자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이스피싱 대책 법안은 '전기통신금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전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가 깜짝 놀랐다. 상대방은 자신이서울 중앙지검 검사라며 김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곧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전화를 끊었지만 '010'으로 뜬 번호를 믿고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치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070' 대신 '010'이나 '02' 등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가 발신번호 변작 사전 차단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국내에서 인터넷 전화에 가입,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해외에서 인터넷을 연결해 전화를 건다. 이 경우 발신번호 앞자리는 '070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070'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번호를 변작하는 기술이 동원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돈을 이체한 경우에는 사기범이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지체하지 말고 경찰이나 금융회사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지급정지 요청 후 경찰서에 방문해 피해신고를 하고, 금융회사에는 '피해금 환급 신청'을 해야 한다. 지급정지된 계좌는 피해자가 풀어주지 않으면 인출을 할 수 없다. 혹은 수사기관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 하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 전까진 거래가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지급정지 요청 전까지 해당 계좌에 피해금이 인출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피해금 환급제도'에 따라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피해금을 되찾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 인식 후 재빨리 지급정지 요청을 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회사들이 착오송금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지연이체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최근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을 통한 송금 시 돈을 받는 사람 계좌에 일정 시간이 지나 입금되는 지연이체서비스를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와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직군 중 하나는 은행원이다. 당황한 고객을 설득하며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인출책 검거에 조력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공로로 표창받은 은행원들의 공통된 바람은 "고객의 신뢰"다. 보이스피싱 예방 노하우를 가진 은행원을 신뢰하는 게 피해를 막는 첫걸음이란 지적이다. 우리은행 잠실역금융센터는 최근 두 달 사이에만 보이스피싱 피의자 두 명을 검거하고, 한 고객의 피해를 막는 성과를 올렸다. 가까이는 지난 26일 사기범의 꾐에 넘어가 돈을 찾으려던 고객의 소중한 자산 5000만원을 지켜냈고, 지난달 10일과 12일에는 연달아 보이스피싱 인출책 검거에 기여했다. 잠실역금융센터 이정희 과장에 따르면, 세 건의 사례 모두 범죄를 눈치챈 창구 직원의 기지, 문제를 확인하고 발 빠르게 경찰에 신고한 동료 직원들의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달 10일 영업점을 방문한 인출책은 현금 600만원을 출금하려 했지만, 100만원 이상 금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