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보이스피싱 막은 은행원들 '그때 그순간'

[MT리포트]보이스피싱 막은 은행원들 '그때 그순간'

변휘 기자
2019.08.28 17:37

[보이스피싱, 영혼을 파괴한다]'시간끌고, 확인하고, 신고하고' 팀워크 빛난 인출책 검거

[편집자주]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어눌한 조선족 어투는 한때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스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할 만큼 첨단화되고 지능화됐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의 숫자와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보이스피싱 범죄와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직군 중 하나는 은행원이다. 당황한 고객을 설득하며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인출책 검거에 조력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공로로 표창받은 은행원들의 공통된 바람은 "고객의 신뢰"다. 보이스피싱 예방 노하우를 가진 은행원을 신뢰하는 게 피해를 막는 첫걸음이란 지적이다.

우리은행 잠실역금융센터는 최근 두 달 사이에만 보이스피싱 피의자 두 명을 검거하고, 한 고객의 피해를 막는 성과를 올렸다.

가까이는 지난 26일 사기범의 꾐에 넘어가 돈을 찾으려던 고객의 소중한 자산 5000만원을 지켜냈고, 지난달 10일과 12일에는 연달아 보이스피싱 인출책 검거에 기여했다.

잠실역금융센터 이정희 과장에 따르면, 세 건의 사례 모두 범죄를 눈치챈 창구 직원의 기지, 문제를 확인하고 발 빠르게 경찰에 신고한 동료 직원들의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달 10일 영업점을 방문한 인출책은 현금 600만원을 출금하려 했지만, 100만원 이상 금액은 입금 후 30분 내 ATM(자동입출금기)에서 찾을 수 없는 지연 인출 제도 때문에 창구를 찾았다.

인출책이 "내 돈을 왜 내 맘대로 못 찾느냐"며 흥분해 이의를 제기하자, 창구 직원은 고객을 달래면서 평소 입출금 거래가 드문 계좌임을 확인한 뒤 동료에게 '인출책 같다'는 메신저를 보냈다.

이에 동료는 거래 내용을 재확인해 범죄를 확신하고 현금 용도와 '누구에게 부탁받았는지' 등을 질문하며 시간을 끌었으며, 그 사이 이 과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인출책을 검거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예방은 은행 직원 간 협조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KB국민은행은 본부와 영업점의 '공조'로 이미 사기범 계좌에 넘어간 고객 돈 3000만원을 찾기도 했다.

지난 6월 이철호 소비자보호부 팀장은 의심 거래를 포착하고 피해자 B씨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기범 일당이 미리 B씨 휴대폰에 해킹 앱을 설치해 국민은행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눈치챈 이 팀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B씨에게 전화해 범죄 사실을 알렸지만, '저리대출' 미끼에 속은 B씨는 카드론 3000만원을 받아 이미 사기범 계좌에 송금한 상태였다.

이에 이 팀장은 가까운 영업점에 방문할 것을 조언했고, B씨를 응대한 문정파크하비오지점 문효석 부지점장은 거래 내역을 조회해 범죄를 확인한 뒤 대포통장 동결을 요청했다. 사기범의 출금 직전이었다.

보이스피싱 대응 노하우는 '베테랑' 은행원의 것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입행, 6월 영업점에 배치받은 NH농협은행 오창벤처프라자지점 안대희 수습계장은 이달 8일 고객 자산 2000여만원을 지켜냈다. 20대 남자고객 C씨가 지점을 방문해 정기적금 840만원과 청년우대주택청약저축 1100만원을 해지해 달라고 했지만, 안 계장은 '현금으로만 달라'는 요청에 범죄를 직감했다.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금융사기예방체크리스트' 작성을 요구하며 피해를 설득한 안 계장은 곧바로 관련 계좌를 지급정지 처리했다. 안 계장은 "신규 직원 교육에서 금융사기예방체크리스트 활용 등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받았고, 이를 그대로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기범을 잡고 고객 돈을 지킨 은행원들은 한목소리로 고객의 협조를 당부했다. 금융 거래는 속도만큼이나 안전이 중요한데, 고객이 '빨리 처리하라'며 재촉하면 급한 마음에 은행원도 의심 거래를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의심 거래 확인 결과 범죄가 아닐 경우 '감히 나를 의심하느냐'며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며 "은행원 입장에선 '의심이 들어도 규정만 지킨다면 처리하는 게 낫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과장은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는 것도 은행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고객들께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거래 과정에서 은행원들의 범죄 예방 조치를 신뢰하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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