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영혼을 파괴한다]범죄 검거율 늘지만 몸통 소탕 어려움…"해외 경찰과 공조조약 체결 필요"

#영화 '범죄도시' 속 조선족 범죄조직 모델 '흑사파'가 만든 보이스피싱 일당이 이달 6일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총책 등 11명은 흑사파의 지시를 받고 한국에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
전체 조직원은 20명이지만 중국에 머물고 있는 흑사파 조직원 9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의 소재도 파악했지만 중국 공안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경찰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단속 강화에도 사건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수법도 문제이지만 보이스피싱 조직 본거지가 해외에 있어 국제공조수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점이 수사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건수는 2014년 2만2205건에서 2016년 1만7040건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2017년 2만4259건, 2018년 3만413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만9828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338건에 비해 21.4% 증가했다.
수사기법의 발달로 범죄 검거율도 늘고 있지만 잡아들이는 조직원 대부분이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현금인출책 등 말단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전체 조직 검거나 '머리' 검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콜센터·통장모집책·인출책·송출책 등이 점조직 형태로 구성됐다. 주로 총책과 콜센터 조직원은 해외에 거주하고 통장모집책·인출책·송출책 등은 국내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한다. 인출책 등 말단을 검거해도 콜센터 조직원 이상급 몸통으로 향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콜센터 조직원이 중도에 조직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붙잡히면 조직 소탕에 큰 단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피해액 68억원 규모 보이스피싱 3개 조직을 소탕한 사건에서는 콜센터 조직원의 자수가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콜센터 조직원을 통해 본거지 위치 등 정보를 알아내도 해외 현장에서 검거가 안 되면 조직 소탕은 불가능하다. 조직을 현장에서 적발하는 현지 경찰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전담 경찰들은 보이스피싱 수사의 핵심이 국제공조수사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 공안 등 외국 경찰의 협조가 수사 성공의 관건"이라며 "외국 경찰이 협조에 응해주지 않으면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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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이 공조수사를 적극 요청해도 해외 경찰이 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관계자는 "자국민 피해가 없으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조직 본거지가 대체로 부패가 심한 국가에 있다 보니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가족·지인이거나 상납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수사의 해외 경찰 의존도를 낮추려면 국내 수사기관이 해외에서 직접 수사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주요 거점 국가와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하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필리핀이나 베트남처럼 현지에 한국인 경찰 혹은 한국인 사건 전담을 배치하는 '코리안데스크' 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