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의 역설
기업 공시가 갈수록 늘어난다. 법정공시와 수시공시는 물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IR 자료까지 투자자 앞에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중요 투자 정보는 여러 공시에 흩어져 투자자가 직접 맞춰봐야 한다. 비슷한 정보는 여러 문서에서 반복된다. 중복 내용은 덜어내고 중요 정보의 질과 연결성을 높이는 '공시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공시가 갈수록 늘어난다. 법정공시와 수시공시는 물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IR 자료까지 투자자 앞에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중요 투자 정보는 여러 공시에 흩어져 투자자가 직접 맞춰봐야 한다. 비슷한 정보는 여러 문서에서 반복된다. 중복 내용은 덜어내고 중요 정보의 질과 연결성을 높이는 '공시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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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중 9곳이 기후변화 등 미래 위험으로 수천억~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직접 계산해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에서는 이 숫자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시의 양은 늘었지만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는 여러 보고서에 흩어져 있다. 공시의 양보다 투자정보로서의 질과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가 7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의 최신 지속가능경영보고서·통합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30곳 모두 미래 위험이 회사에 미칠 재무영향을 평가했고 29곳은 그 결과를 수치로 공개했다. 하지만 미래 위험으로 실제 얼마의 손실이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금액으로 제시한 곳은 9곳뿐이었다. 공개된 금액은 작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폭염·침수·산불 등 물리적 기후위험에 따른 연간 손실을 2030년 2200억~3000억원, 2050년 5500억~1조22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물리적 기후위험에 따른 충당금 증가액이 2050년 최대 3조643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공시를 투자자 관점에서 다시 뜯어보고 있다. 중복되는 정보는 덜어내고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는 쉽게 찾고 연결할 수 있도록 공시체계를 손질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도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항목을 60% 이상 줄였다. 잇따르는 해외시장 공시개혁은 무게중심이 '더 많이'에서 '더 유용하게'로 옮겨가고 있다. 2028년 지속가능성 법정공시 도입을 앞둔 한국도 '공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큰손'에 공시제도 뜯어보게 한 일본━7일 일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지난 4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을 운용하는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청(NBIM)을 초청해 금융심의회 '디스크로저 워킹그룹' 제6차 회의를 열고, 중복되는 기업공시는 줄이면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의 질과 연결성을 높이는 방향의 공시제도 개편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NBIM은 일본 상장사들이 공시량은 많지만 중복된 내용들이 많고 정작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구체성과 접근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이 공개하는 정보는 많아졌지만 투자자가 기업의 실적과 사업 변화를 한 흐름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숫자와 그 숫자가 나온 이유가 사업보고서와 수시공시, 실적발표자료(IR) 등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문서마다 목적이 다른 만큼 정보가 나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정작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 사이의 연결고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영업이익 1. 3조인데 보조금 빼면 적자…숫자 연결은 투자자 몫━7일 머니투데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카카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표 상장사 7곳의 주요 공시와 IR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중요 투자정보가 사업보고서와 수시공시, 실적발표자료 등에 조각처럼 흩어져 있어 기업의 실적과 사업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투자자가 이를 직접 연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개 상장사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플랫폼·원전·방산 등 사업구조가 다르고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다.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좌우할 정도의 핵심 정보도 여러 공시자료를 맞춰봐야 전체 그림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