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레버리지 규제 한달, 광풍이 남긴 것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2배 베팅' 광풍에 규제 브레이크가 걸린 지 한 달. 지난달 31일 규제 시행 이후 하루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은 1조원 밑으로 급감했다. 시장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규제 한 달의 결과와 시장 변화, 상품 도입 전후로 드러난 정책적 논란과 고위험 투자상품 규제 방향을 짚어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2배 베팅' 광풍에 규제 브레이크가 걸린 지 한 달. 지난달 31일 규제 시행 이후 하루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은 1조원 밑으로 급감했다. 시장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규제 한 달의 결과와 시장 변화, 상품 도입 전후로 드러난 정책적 논란과 고위험 투자상품 규제 방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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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조원을 넘나들던 '2배 베팅' 광풍이 사그라들었다. 한때 10조원을 훌쩍 넘겼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은 규제 강화 한 달도 안 돼 7000억원대로 급감했다. 금융당국이 투자 문턱을 높이면서 과도했던 단기매매와 특정 상품으로의 쏠림도 빠르게 진정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지난 26일 거래대금은 711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본예탁금 강화 직전인 지난달 30일 12조4485억원과 비교하면 94%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시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도 낮아졌고 상품의 몸집을 나타내는 시가총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감소가 매매 열기의 진정을 보여준다면 거래 비중 감소는 특정 상품에 집중됐던 거래 쏠림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파동이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변동성에 발이 묶였던 자금조달 시장의 '돈맥경화'가 풀리고 있다. 주식시장 대기자금은 줄고 MMF (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성 자금은 늘면서 규제 이후 시장이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형국이다. 증권사들은 그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정산 금액을 맞추기 위해 단기성 자금조달은 물론 증권채를 총동원해 대응해왔다. 이렇게 빨아들인 주식 투자 용도의 자금들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 잔액은 98조9177억원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31일 투자자예탁금 잔액(104조1354억원) 대비 5조2177억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매입하거나 인출할 경우 줄어드는 일종의 대기성 자금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한풀 꺾였다. 반대매매는 기한 내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장 개시와 동시에 시초가로 강제 매도되는 청산 절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광풍'은 잡혔지만 상품 출시 두달만에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했던 정책 과정엔 복기할 대목이 뚜렷하다. 시장에선 상품 도입부터 과열 대응까지 정책의 효율성을 되짚고, 고위험 상품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규제가 과열을 빠르게 진정시킨 만큼 애초 위험평가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해외로 가는 투자자 잡으려 문 열었는데…두달만에 규제 강화━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의 출발점은 '규제 비대칭'이었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에서는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요건 등으로 출시가 불가능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에 상장된 관련 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던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이후 꽉 막혔던 코스닥 유동성이 서서히 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내내 코스닥을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돌아왔다. 코스닥 ETF에도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며 숨통이 트인다.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8월에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 약 1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되는 흐름이다. 코스닥은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유입에 좌우되는 코스피와 달리 전통적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받쳐주는 시장이었다. 지난해에도 개인들이 코스닥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난 4월에도 한 달 동안 개인들이 3조원 넘게 코스닥에서 순매수 양상을 보이며 지수가 1200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유동성이 코스피 대장주와 이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만 몰리면서 코스닥 지수가 최대치의 절반에 가까운 630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책을 발표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이날까지 그나마 자금 순환매(매수세 순차적 이동) 양상을 보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해 '문제가 터진 뒤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의 출시를 막지 않으면서도 상품의 위험도에 맞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고, 예상치 못한 과열이 발생하면 당국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입규제 넘어…상품 위험에도 직접 개입"━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 당시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등의 진입장벽을 뒀지만 예상보다 거래가 급증하자 신규상장 잠정 중단,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금지, 기본예탁금 상향, 모의거래 의무화 등의 조치가 추가됐다. 문제는 새로운 고위험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품 구조와 위험성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모든 상품에 일률적인 진입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과열이 현실화된 뒤 상품별로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당국의 개입 수단을 확대하려는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