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장벽' 된 K전기차
중국 전기차의 약진이 심상치않다. 높은 '수입 장벽'을 세우지 않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은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낮은 관세율과 관대한 보조금 탓에 국산 점유율 50%가 조만간 깨질 위기다.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공략 상황을 짚어보고, 한국의 대응 방안과 전략을 살펴봤다.
중국 전기차의 약진이 심상치않다. 높은 '수입 장벽'을 세우지 않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은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낮은 관세율과 관대한 보조금 탓에 국산 점유율 50%가 조만간 깨질 위기다.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공략 상황을 짚어보고, 한국의 대응 방안과 전략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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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시장도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수입 장벽으로 기능을 상실한 낮은 관세율, 수입 여부를 가리지 않는 관대한 보조금 탓에 국산 전기 승용차 점유율이 사상 처음 '50%의 벽'이 무너졌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에 신규 등록된 국내 전기 승용차(25만8284대) 가운데 수입산 점유율이 51. 3%(13만2438대)를 기록해 국산 비중(48. 7%)이 50% 아래로 밀렸다. 연간 전기 승용차 신규등록이 10만대를 넘기며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2년 이후 국산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세적으로 볼 때 남은 3개월 동안 수입산 비중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다. 올 들어 9월까지 총 11만2417대 팔린 중국산 전기 승용차는 43. 5%의 점유율로 수입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BYD·지커 등 중국 브랜드의 주요 차량이 '가성비 모델'로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공세를 사실상 막아낸 국가는 높은 관세 장벽을 세운 미국뿐이다. 문턱이 낮았던 동남아시아와 남미, 호주는 이미 안방을 내줬다. 뒤늦게 빗장을 걸기 시작한 유럽연합(EU)도 관세를 피해 가는 중국차를 막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국도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방어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매기는 관세는 기본관세 2. 5%에 무역법 301조 관세 100%,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차 관세 25%를 더해 127. 5%에 이른다. 이에 BYD 등 중국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로 안방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반면 문턱이 낮은 시장은 빠르게 잠식됐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팔린 전기차의 90. 8%, 91. 6%가 중국 브랜드다. 태국은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한때 90%에 달해 '일본차 텃밭'으로 불렸던 곳이다. 호주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중국산 차에도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을 우대하는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자동차·기아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더해 부품 조달까지 현지화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EU가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AA)은 공공조달과 일부 차량 구매 지원에 유럽산 우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16일 배터리를 제외한 자동차 부품 가치의 70%를 유럽산으로 조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배터리에도 별도의 역내 생산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U 전체의 확정 규정은 아니지만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뚜렷해졌다. 유럽산으로 인정할 국가의 범위도 쟁점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EU 회원국과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국과 튀르키예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이유만으로 EU산 지위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침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부가 국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제에 현행 '구매보조금' 체계를 '생산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중국·EU(유럽연합)·일본 등은 자동차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략산업이라는 판단하에 자국 브랜드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 정부도 국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하고 체계가 정교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대표 지원책은 구매보조금 제도다. 전기 승용차 기준 국비 최대 650만원, 지방비 최대 300만~650만원(지방자치단체별 상이)을 보조해 구매자 부담을 덜어준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했지만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차도 같은 혜택을 받아 '국산 지원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시 '국내 공급망 기여도' 등을 감안하기로 했지만 테슬라는 그대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BYD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원래부터 높은 가격 경쟁력과 자체 할인으로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