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소송시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두고 LG, SK의 영업비밀 및 특허 소송전이 뜨겁다. 지금까지 제조업 소송사(史)가 '국가 대 국가'였다면 이제 '국내 기업간 기술유출 전쟁'이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직과 기술유출 사이의 애매모호한 간극, 서로 다른 주장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 것인지 짚어본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두고 LG, SK의 영업비밀 및 특허 소송전이 뜨겁다. 지금까지 제조업 소송사(史)가 '국가 대 국가'였다면 이제 '국내 기업간 기술유출 전쟁'이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직과 기술유출 사이의 애매모호한 간극, 서로 다른 주장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 것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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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기술 자료를 몰래 빼돌려 인도 회사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부사장 A씨.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차종 개발에 참고하겠다며 현대차 직원으로부터 기아차 '모닝' 관련 정보를 받아 인도 업체에 넘긴 혐의다. #. 삼성전자에서 경쟁업체로 이직하기 전 반도체와 스마트폰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전무 B씨. 대법원은 최근 B씨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술자료를 출력해 집에 보관한 것은 맞지만 문서를 모두 파쇄했고 자료를 집에서 검토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이직이냐, 의도적 기술 유출이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2차전지) 특허 소송이 불러온 '기술유출' 논란 이면에는 기업의 딜레마가 있다. 기술을 지켜야 하는 한편 인재를 얻어야 한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직은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따른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의도된 기술 유출은 분명한 범죄
기술유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업스파이'다. 숙련된 정보원이 있어야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내부 정보를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라는 단어에서 '국가, 혹은 거대 기업이 계획적으로 육성한 정보원'이 연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산업스파이는 '내통자'다. 대표적 사례가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사건이다. 양사 연구원이 범행에 가담했고 이들은 당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첨단 IT 관련 업종에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한 선박 관련 회사 전직 임직원들이 민감한 자료가 담긴 외장 하드와 업무용 노트북을 통째로 중국 업체에 빼돌리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은 총 580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내부자 유출이 무려 486건으로 전체 84%를 차지했다. 외부
SK-LG의 배터리 소송전에서는 '기술(기밀) 유출'과 '정당한 스카우트'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어느 선까지가 '정당한 스카우트'인지 애매한 상황에서 기술·인력빼가기 소송전이 특허분쟁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싸움은 올 4월 LG화학이 '인력빼가기를 통한 영업비밀(trade secret)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2017년 이후 2년간 LG화학 배터리 인력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는데, '기술탈취를 위한 인력 빼가기'라는 LG화학과 '낮은 처우에 실망한 자발적인 이직'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양측은 차례로 '특허 침해' 제소를 내면서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대 국가'에서 '국내 기업간 기술유출' 다툼으로=역사적으로 보면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의 급속한 산업화 시대에 해외 기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과 빈번한 소송 및 갈등이 있었다. 한국의
올해 4월 LG화학은 왜 '영업비밀(trade secret)' 침해 소송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걸었을까. 답은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국내보다 미국에서 제소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로 SK 모든 자료 볼 수 있다"=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은 '증거개시(Discovery, 이하 디스커버리) 절차'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한다. 디스커버리는 상대방이 가진 사건 관련 자료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의도적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 피해자가 실제 손해에 더해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받는 제도다. 둘 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다. 한 변호사는 "LG화학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봐야해 미국에서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디스커버리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를 내야 한다. 만약 디스커버리 명령에 불응해 자료를 안냈는데 특정 자료 미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