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
한국전력이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도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자 그 원인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국제 연료값 인상 등을 여러 요인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독점적 전력시장이라는 구조를 빼놓고 적자사태의 원인을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전력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전력산업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도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자 그 원인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국제 연료값 인상 등을 여러 요인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독점적 전력시장이라는 구조를 빼놓고 적자사태의 원인을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전력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전력산업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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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3월 6일 경복궁 건청궁. 저녁 어스름이 나직이 깔리자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깜빡 거리다 이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한반도 최초의 '전깃불'이었다. 11년 후인 1898년 1월 26일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되고 가정·공장 등에 전기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에도 전력산업이 태동한 순간이다. 121년이 지난 지금, 한국 전력산업은 눈부신 경제성장에 걸 맞는 혁신과 고도화를 이뤄냈을까. 한성전기를 모태로 한 한국전력은 세계적 전력 유틸리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전력산업 경쟁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한전 그룹사가 발전, 송·배전, 판매 등 전력산업을 독점하며 몸집을 불리는 사이 국가 경제의 뿌리가 되는 전력산업은 지속가능성이 위협 받고 있다. 한전 중심의 전력산업 구조 해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력산업은 크게 '생산(발전)→수송(송·배전)→ 판매' 부문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김대중정부 집권시기인 1999년 1월 전력산업구조개편기본계획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발전, 판매 부문을 10년 동안 경쟁 구도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본격화된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발전 경쟁체제는 2001년 4월 한전 발전 부문 분할로 구체화됐다. 한전 발전 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 등 5개 발전 자회사로 나뉘었다. 한전이 자회사에서 생산한 자기를 산 뒤 기업, 가정 등에 파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같은 시기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을 맡는 전력거래소도 설립됐다. 구조개편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김대중정부는 한수원을 제외한 5개 발전 자회사는 민영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민영화 대상이었던 남동발전 매각은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중단됐다. 판매 부문 개방을 염두에 둔 배전분할 논의는 2004년 6월 아예 사라졌다.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 삼척 발전소를 바라보는 감정은 복잡하다. 포스코에너지가 2014년 동양파워로부터 4311억원에 사업권을 인수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과정이 기약없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포스파워 발전소는 폐광부지여서 산림훼손이나 바다 매립등이 필요 없다. 변전소까지 송전선로 길이도 상대적으로 짧다. 발전소 부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진행된 사업이었지만 삼척시의 해안사용 불허 등 인허가의 허들을 넘지 못해 상당 기간 사업이 표류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착공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침을 정하면서 원안인 석탄화력발전소가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 변경될 뻔 한 상황도 겪었다. 고성그린파워(남동발전·SK건설·SK가스·KDB인프라)와 강릉에코파워(남동발전·삼성물산) 등도 과정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사정은 같다. 각종 인허가에 발목을 잡혀 사업 기일이 기약 없이 늘어지다가 겨우 건설에 들어갔다. 여전히 정부와 입장 조율이 진행 중인 사안도 많
20년 전 시작된 국내 전력시장구조개편 작업이 '반쪽'으로 끝난 데에는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큰 몫을 했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 전기를 민영화할 경우 수급불안은 물론 요금 폭등, 취약지역 서비스 중단 등 여러 폐해가 예상된다는 논리다.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 진행 작업이 중단된 이후 민영화는 '금기어'가 돼 버렸다. 이와 함께 전력시장구조개편 논의도 멈춰서고 말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산업을 발전, 송배전, 판매 부문으로 쪼개고 경쟁을 도입하는 전력시장구조개편 작업이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유화'(liberalization)와 '민영화(privatization)'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한전이 갖고 있던 기존 기능을 분리해 제3자에게 분할 매각하는 민영화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또 한전 홀로 맡던 기능을 제3자도 수행하도록 시장을 자유화하는 방식도 가능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먼저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회사를 정해야 한다. 이후 서비스와 가격이 천차만별인 수십개 요금제 중 이용할 제도를 선택한다. 고민은 늘지만 그만큼 내 사용량과 패턴에 맞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요금제도 골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전력이 제시하는 용도별 요금표에 따라 매달 내야 할 금액을 통보받는 한국 소비자들에겐 낯선 일이지만, 해외 주요국들에선 이미 당연한 일이다. 전력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배경은 개방된 전력 소매시장이다. 주요국들에선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다양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력을 팔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경쟁을 위해 다양한 요금제가 개발됐다. 판매 경쟁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에선 통신사 '소프트뱅크'도 전력 판다━옆나라 일본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1995년부터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소매시장을 대형공장과 빌딩 등 고압으로 전력을 받는 고객부터 단계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작업이 15년째 멈춰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동력이 떨어진다. 2001년 국민의 정부는 ‘발전경쟁-도매경쟁-소매경쟁’ 단계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계획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부문을 분리해 6개 발전자회사로 나눴다.이때 송전·배전·판매 부문도 분리하려 했지만 2003년 노사정위원회 합의로 개편 작업이 멈췄고 지금까지 그 상태다. 이 기간 16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가 걸쳐있다. 16대 국회는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을 처리했다.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전력거래소를 설치, 전력 도매·소매시장 일부 민영화의 기틀도 닦았다. 하지만 촉진법은 10년의 시효를 끝으로 사라졌다.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한전 효율화 공청회나 전기산업법 개정안 토론회 등이 주기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선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권이 ‘탈원전’ 논란을 정쟁의 주요 소재로 삼으며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 관심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야가 입장은 존재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왜곡된 전기요금체계 정상화다. 비정상적 전기요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으로 지금보다 전력산업 전반의 비효율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용도별 요금제를 기본으로 한다. 일반가정과 공장, 상가 등 전력수요자 성격에 맞춰 △주택용 △산업용 △일반용 △농업용 △교육용 등으로 구분된다. 용도별 정해진 기본요금과 사용한 전기량에 부과되는 전력량요금을 합쳐 요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용도별로 전기요금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정책 혹은 정치적 잣대가 가미된다는 의미로 지속가능 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기를 하나의 재화로 봤을 때 원가(한전 전력구매단가+송·배전비용)와 수요를 고려해서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