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제자리걸음, 전력산업 구조 개편]전력판매 시장 개방해도 정부 한전 51% 지배구조는 그대로…"민영화 프레임이 오해 키워"

20년 전 시작된 국내 전력시장구조개편 작업이 '반쪽'으로 끝난 데에는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큰 몫을 했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 전기를 민영화할 경우 수급불안은 물론 요금 폭등, 취약지역 서비스 중단 등 여러 폐해가 예상된다는 논리다.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 진행 작업이 중단된 이후 민영화는 '금기어'가 돼 버렸다. 이와 함께 전력시장구조개편 논의도 멈춰서고 말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산업을 발전, 송배전, 판매 부문으로 쪼개고 경쟁을 도입하는 전력시장구조개편 작업이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유화'(liberalization)와 '민영화(privatization)'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한전이 갖고 있던 기존 기능을 분리해 제3자에게 분할 매각하는 민영화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또 한전 홀로 맡던 기능을 제3자도 수행하도록 시장을 자유화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한전이 그대로 사업자로 존재하며 다른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만큼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
판매부문에서 지금까지 주로 논의된 방안은 후자에 가깝다. 소매시장을 개방해 다양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는 형태다. 현재는 한전이 유일한 전력 판매업자이지만, 판매 자유화가 이뤄지면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판매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이 민간 소유로 매각되지는 않는다. 현재 정부는 한전 지분의 51%를 갖고 있는데, 이 지분 구조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그저 새로운 사업자들과 서로 경쟁하면 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판매시장 개방은 한전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판매자 중 하나가 돼 민간과 같이 경쟁한다는 의미"라며 "이를 민영화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시장에서 공기업으로서 한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진우 건국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한전은 판매시장 개방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공기업으로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력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혼동하는 이유는 과거 정부가 전력시장구조개편 과정에서 민영화를 추진했던 기억 때문이다. 정부는 2001년 한전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한 뒤 민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민영화가 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도 각각의 발전자회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민간 발전사 진입을 허용하면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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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 과정에는 아주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민영화와 연결지을 수는 없다"며 "경쟁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민영화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오해를 키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