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거부하는 집주인들
노인들이 허름한 월세, 사글세로 밀려나고 있다. 돈이 없어도 그렇고 있어도 그렇다. 집주인들이 '치매' '고독사' 등을 우려해 노인 세입자들을 거부해서다. 소외되고 있는 대한민국 독거 노인들의 주거 실태를 점거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노인들이 허름한 월세, 사글세로 밀려나고 있다. 돈이 없어도 그렇고 있어도 그렇다. 집주인들이 '치매' '고독사' 등을 우려해 노인 세입자들을 거부해서다. 소외되고 있는 대한민국 독거 노인들의 주거 실태를 점거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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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살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직장인 심준호씨(가명·36)는 서울 금천구 집 근처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오피스텔과 원룸 월세를 알아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올해로 79세인 어머니의 나이가 문제였다. 심씨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0만원 정도의 집을 구하기 위해 근처 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중개사는 '이 정도 예산이면 충분하다'며 신축 오피스텔을 소개해줬다. 심씨는 바로 20만원의 계약금을 걸었다. 하지만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돌변했다. 집주인은 "죄송합니다. 계약을 안하겠습니다. 어머니 나이가 너무 많으시네요."라고 말했다. 중개사가 "아들이 집 근처에서 살고, 대기업을 다니고 있어 성실히 월세를 낼 수 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심씨는 "다른 중개사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며 "어떤 중개사는 차라리 아들이 계약을 하고 어머니를 따로 모시는 게 어떻겠냐며 위장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심씨 어머니는 낡고 허름해 공실률이 50%가 넘
집주인들이 거부한 독거노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더 낮은 수준의 주거지를 찾는다. 재산은 있어도 수입이 일정치 않은 독거노인이 빚을 내면서까지 거주지를 얻을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월세로 몰리는 노인들━28일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2009년 94만명 이었고, 이중 월세방(보증금 있는 월세방+보증금 없는 월세방)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15.2%로 약 14만여명이었다. 2014년에는 독거노인 숫자는 115만, 월세 거주 비율은 20.1%로 증가한다. 월세 거주하는 노인이 23만명으로 5년만에 약 10만명이 증가했다. 2014년 이후 독거노인의 거주 형태 관련 통계는 작성되지 않고 독거노인 숫자만 집계됐는데 지난해 독거노인은 150만명을 넘겼다. 월세 거주 비율이 2014년과 같다면 30만명의 독거노인이 월세에 거주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은 꾸준히 오른 반면 노인들의 수입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목돈
노인층은 정부가 지원하는 주거복지 정책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2019년 생애주기별주택유형별 공급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LH에서 청년·신혼·고령·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한 10만3171개 주택에서 고령층에게 공급된 주택은 7460채로 전체의 7.2%에 불과했다. 2만8527채를 공급받은 저소득 취약계층에 노인이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이는 소득 수준에 따른 지원일 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청년·신혼부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청년·신혼부부는 각각 2만8722채와 3만8462채를 공급받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된 '행복주택' 등 연령에 특화된 정책을 통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급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인 '신혼희망타운'을 2022년까지 15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가 아닌 1인 가구, 고령층 가구 등은 혜택에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볼리는 상황에서 전국의 독거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50만 명으로 독거노인을 한 도시에 모으면 인구가 145만명 정도인 광주보다 큰 광역시 하나가 생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노인인구 증가보다 독거노인 증가세는 더 빠르다. 2000년 339만명 수준이던 노인인구는 2019년 약 768만명으로 2.26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독거노인은 2.75배 증가했다.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2000년 16%, 2010년 18.5%, 2015년 18.4%, 2017년 19.1%, 2019년 19.5%로 점증하고 있다. 독거노인 중 상당수가 부양가족이 없는 데다가 소득도 낮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간한 '제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에 따르면 독거노인 중 14.6%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차상위계층까지 더하면 빈곤 독거노인은 더욱 불어난다. 예컨대 2018년 기준 서울 거주 독거노인 약 33만명 중 기초수급자가 6만2700여명,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주거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된 이슈는 아니다. 일본(고령화율 28.4%)에 이어 노인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23%)는 공공주택 투자가 줄어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주택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산층까지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반면 일찌감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주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한 노인 대다수는 시설에서 신체적 자유가 제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익숙한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감안한 제도다. 홍콩은 우리나라와 고령자 비율이 비슷하지만 노인 주거 복지 면에선 앞서 있는 편이다. ━日,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형 주택 지원 확대 중━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기준 3588만명, 전체 인구(1억2617만명)의 28.4%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장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비혼자들도 증가하면서 독거노인의 비중도 전체 세대의 10%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