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야근 없는 세상
[편주] 오늘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무직 근로자들이 '공짜야근'을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이든 69시간이든 '포괄임금제' 아래에선 보상없는 초과근무를 피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쓰도록 한 포괄임금제가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되는 현실을 고칠 방법은 없을까.
[편주] 오늘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무직 근로자들이 '공짜야근'을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이든 69시간이든 '포괄임금제' 아래에선 보상없는 초과근무를 피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쓰도록 한 포괄임금제가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되는 현실을 고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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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공짜야근'에 시달리고 있다. 초과 근무를 하고도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상당수다. MZ세대(1980년대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이를 두고 '현대판 노비 문서', '야근 자유이용권'이라며 조롱한다. 윤석열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주 69시간 근무제', '과로사회 조장법'이라며 비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포괄임금제'와 지금처럼 오·남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포괄임금제를 제한 또는 금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야당이 이 같은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짜야근 없다" 포괄임금제 손질 나선 정부·여당━ 15일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17일 종료된다. 정부와 여당은 입법예고 기간 수렴된 의견을 토대
'공짜야근'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포괄임금제는 법에 없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상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 몇 시간 더 일하는지와 상관없이 미리 정한 초과근무수당을 기본임금에 합해 지급하는 방식은 국회에서 입법된 적이 없다. 법에 없는 제도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반세기 넘게 공공연하게 쓰이는 근거는 1970년대부터 포괄임금제를 기업의 관행으로 인정한 법원 판례다. 산업화의 길목, '과로사회'라는 낯설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 초과근무를 사실상 용인하는 판결이 주를 이뤘다. ━판례가 가이드…'특수직종만 적용' 기준도 이제 갓 10년━1980~1990년대에는 '제반사정에 비춰 정당하다면'이라는 문구의 판결이 포괄임금제를 뒷받침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해석이라 판사마다 다른 고무줄 판결이 포괄임금제 확산을 부추겼다. 법원이 포괄임금제 적용 기준을 다듬기 시작한 것은 이제 10년이 갓 넘은 수준이다. 2010년 전후로
#A 약품 제조업체는 일부 근로자에게 '월 52시간'의 고정OT(overtime·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 B 과장은 월 평균 52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지 않지만 일종의 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C 프로그램개발업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월급에 포함한다. D 대리는 휴일 근무가 없는 달에는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지만 유독 연장근무가 많은 달에는 근로계약서상의 연장근무 시간을 초과했는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고정적으로 연장·야간근로 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다면 근로자에게 이득일까, 해가 될까. 포괄임금과 고정OT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 효과도 있지만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양면성을 갖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가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또한 상당수의 근로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부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15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공짜 야근', '임금 체불', '근로시간 산정
경영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포괄임금제의 개편 혹은 폐지가 경영상 어려움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개편이나 폐지에 앞서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갈등이 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는 일정 시간에 대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임금 구성항목 중 하나로 넣어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근로계약이다. 이미 임금에 초과수당이 포함됐기 때문에 일정 시간에 대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해도 별도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반대로 말하면 해당 시간만큼 근무를 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괄임금제나 고정OT제(연장·야간·휴일근로를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의 초과수당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근로자가 연장근무를 건건이 산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이 줄어들지 않아 노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