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며 도입한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부실한 사후 관리로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했다. 이 제도는 치료와 재활 의지가 강한 대상자를 선별해 6개월간 모니터링과 상담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다. 마약 중독을 단순 처벌이 아닌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큰 기대를 걸었다.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거나 재범을 저지르면 즉각 기소유예를 취소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154명, 지난해 195명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를 피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운영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기소유예 기간에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사례가 속출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인 A씨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기간에 연락을 끊고 국내에서 불법체류를 이어가다 재범을 저질렀다. 내국인 B씨와 C씨도 기소유예 기간 중 필로폰과 펜타민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됐다.
법무 당국은 기소유예자 숫자만 관리할 뿐 중도 이탈자와 재범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 기관 간의 협업 체계도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치료와 선도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마약범들에게 합법적으로 처벌을 피할 길을 터준 꼴이다.
2016년 1만4214명이던 마약사범은 지난해 2만3022명으로 10년간 65%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사범은 957명에서 3298명으로 245% 증가했다. 빠르게 확산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색내기식 제도 운영으론 안된다. 무엇보다 치료조건부 제도의 페널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에 무단 불참하거나 연락을 두절할 경우 신속히 기소유예 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사법 감시와 치료 인프라, 재활 프로그램을 담당한 부처간 통합 체계 구축도 미룰 수 없다. 대상자 동향과 치료 데이터는 적법한 범위에서 실시간 공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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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자를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그러나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엄정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약속을 어겨도 부실한 관리 체계 때문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그 제도는 범죄를 막기는커녕 재범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마약왕'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청담사장' 최모(51)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최씨는 2019년부터 필로폰 22kg 등 10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국내에 밀반입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6.05.03. jtk@newsis.com /사진=김종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115012094076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