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다음은 토큰화이다[MT시평/정구태]

스테이블코인 다음은 토큰화이다[MT시평/정구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2026.10.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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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지털금융 전략이 결제를 넘어 자본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9월 클래리티법의 상원 처리가 좌절된 직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주식 거래를 위한 '혁신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발표했다. 입법이 막히자 규제당국의 권한으로 시장을 열겠다는 선택이다.

혁신면제는 특정 토큰화 증권 거래플랫폼과 유동성 공급자에게 5년간 조건부로 일부 규제 적용을 면제한다. 허가된 참여자가 자동화된 가격결정과 유동성 풀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때, 플랫폼과 적격 유동성 공급자를 각각 거래소와 딜러의 정의에서 면제한다. 전통적 중개구조를 벗어난 거래모델을 검증할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산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OKX와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ICE는 합작사 OKXICE를 설립하고, 미 상장주식 63종의 토큰화 증권 거래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시장개방과 함께 투자자 보호 장치도 제시했다. 토큰 보유자는 기존 주식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며, 제3자가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경우 발행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종목 수와 거래량을 제한하고, 원주식의 거래가 정지되면 토큰 거래도 중단한다. 공개형 블록체인을 활용하되 거래 참여와 운영에는 조건을 둔다. 개방성과 감독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자산토큰화는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할 때 파급력이 커진다. 토큰화가 주식과 채권을 블록체인으로 옮긴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사고파는 결제수단이 된다. 호환되는 시스템에서는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을 동시 처리하고, 매도대금을 다른 투자나 지급에 활용할 수 있다. 배당과 이자 지급까지 연결하면 투자와 결제의 시간과 비용도 줄어든다.

두 분야는 서로의 성장을 촉진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달러 사용을 늘리고, 준비자산인 미 국채 수요를 뒷받침한다.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은 디지털 달러의 투자처를 넓힌다. 결제수단의 확산이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다시 결제수단의 사용을 확대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세계에 공급된 디지털 달러가 다시 미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이다.

한국의 디지털금융 정책은 기존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통제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토큰증권은 예탁원과 증권사 등 허가된 참여자를 축으로 원장과 계좌관리 체계를 설계하고, 예금토큰은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의 시스템 안에서 실증을 진행한다. 관리 효율을 높이는 데 머문다면 글로벌 자금과 투자자 확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이제 블록체인을 기술 추격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금융주권은 닫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세계의 투자자가 한국 자산에 쉽게 접근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을 여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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