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경제신춘문예 당선작
머니투데이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후원, 신한은행 협찬으로 실시된 '제10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당선작을 선정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후원, 신한은행 협찬으로 실시된 '제10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당선작을 선정했습니다.
총 7 건
1. 가난한 우물 안 개구리 2006년 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친정은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농신보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4억원의 대출금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일흔의 연세에 생전 처음 사업을 시작하셨다. 군(郡)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영농종목이긴 했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아버지께서는 항상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셨다. 이자를 납입해야 하는 분기말이 되면 자식들 중 누군가에게 돈을 가져가시는 것이 행사처럼 되면서 사업은 겨우 현상유지만으로 이어져 가고 있었다. 하긴 자식들이 대신 불입하는 이자까지 비용으로 계산한다면 아버지의 사업은 적자였다. 농업과 관련된 업종이라 국제화 시대에 그리 전망도 없어 보여 ‘그만 접자’는 우리들의 부탁에도 아버지께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남들이 볼 때도 위태하게 이끌어가던 공장은 아버지의 암 말기 투병생활 돌입과 동시에 서서히 허물어져갔다. 병원에서는 6개
초봄이면 한강으로 시라시를 뜨러 갔다 빚보증으로 논밭을 날린 후 어머니는 책값이며 차비가 없어 꾸러 다녔다 어머니가 떠오는 시라시는 식구들 마른 삶에 도랑물을 내었다 시라시를 따라 강의 깊은 데까지 가 등에 업힌 막내와 자맥질도 하였다 눈물자국 같은 물빛이 뜰채에 걸려나왔다 물의 정수리를 오래 들여다본 죄로 햇살에 눈이 멀어 어머니 돌아오는 걸음이 출렁거렸다 어디 먼 바다로부터 제 어미의 길을 되짚어 시라시가 오는 철이다 곁에 감기던 식구들 다 떠나고 어머니 혼자 봄밤을 지새우는 날 얼음장 떠가던 그 밤처럼 무릎 시리게 떠오르는 물빛 기억들 *시라시: '시라시'라고 부르는 작고 가는 실뱀장어. 외국에 양어종자로 팔았다
얼마 전 어머니와 외출을 했다가 어머니가 커피를 사겠다고 하셔서 스타벅스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 보는 초콜릿을 발견했다. 평소 나는 초콜릿을 상당히 좋아해서 초콜릿 제품은 물론이려니와 웬만한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 제품들까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초콜릿을 살펴보았다. 그 초콜릿은 '디바인'이라는 브랜드의 초콜릿이었다. 나는 '왜 이 초콜릿을 할인마트나 편의점에서 그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디바인' 초콜릿에 대해 알아봤다. 그 초콜릿은 '공정무역 초콜릿'이라고 불리는 초콜릿이었다. 디바인 초콜릿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평소 내가 알지 못하던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중동의 기름 없이, 브라질의 커피 없이,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없이, 중국의 공산품 없이 산다고 가정해 보자. 어떻게든지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불편이
뿌리는 힘이 세다 수십 년 세월을 밀어 올리는 힘으로 매일 쥐눈이콩 같은 눈망울을 매달고 길을 낸다 기억 켜켜이 어둠의 지층을 뚫고 나아간 흔적이 시퍼런 강물처럼 겹겹이 굽이치는 저녁 뿌리는 뿌리만으로도 온전한 몸통을 이룬다 어둠보다 두터운 벽이 있으랴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뿌리의 내력을 더운 숨결 내뿜는 잔털이 말해준다 축축한 흙냄새에 처음 내딛는 발걸음이 말랑해지고 이제부터 모든 어둠은 뿌리의 시작이다 뿌리의 문을 밀면 저 안쪽 깊은 곳에서 쿵쾅이며 들려오는 우렁찬 함성들 지상의 푸른 잎들이 땅 밑으로 신호를 보내는지 파르르 가녀린 심호흡을 내 뱉는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간 있었으리라 폭풍우 몰아치는 날에는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어느 종족이 이리 형형한 눈빛을 가졌는가 단단한 암벽을 파헤치는 힘으로 여전히 길을 탐색하는, 뿌리에게는 어둠도 환한 불빛이다
지난여름 교통사고로 눈을 조금 다쳤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녹내장 초기증세를 알게 되어 앞으로 올 실명을 예방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소식은 시의 곁을 맴돌며 떠나지 못한 저에게 모닥불로 다가왔습니다. 껍질 벗기려다 심은 도라지가 꽃 핀 것처럼 숨어 있는 것 꺼내고 싶은 열망이 듭니다. 걸어온 모퉁이 돌아보면 고통은 혼자 오지 않고 기쁨도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어깨의 짐을 걸머지고 오는 동안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나고 보면 삶의 자락에 빛이 들거나 그림자가 지든지 그것이 모여 아름다운 무늬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환희가 그 자락에 밝은 그림 하나를 짜 넣는 일이기에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길이 맞닿을 때까지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 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신 시인 장석남, 김우섭 선생님과 지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새얼문학 찬용, 진채, 수조, 선우, 선호, 계숙······ 함께 길을 걸어온 문우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끊임없이 문학적 소재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도시를 떠나오면서 시골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을 설쳤던 일이 있었던가 싶게 잘 적응한 1년이 지나가고 있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좋지 않은 일로 경매와 마주하게 되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경매를 통해 집을 구입한 경험을 부족한 실력이지만 글로 적었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적었던 가계부에 경매 일기를 적었던 것이 좋은 글감이 되어 주었기에, 어찌 보면 가계부가 제 글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가계부는 참 좋은 가정 경제의 도우미입니다. 당선소식을 듣고 가계부에 '당선소식-연말 선물'로 기록하면서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경매를 받은 집의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더 꼼꼼하게 살림살이를 꾸렸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현재에 충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던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편법을 모르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답답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아버지를 닮은 생활을 해온 우리 남
머니투데이가 실시하는 경제신춘문예가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시 부문과 산문부문에 응모작이 많이 늘어나 이제는 '경제'를 소재로 한 문예창작이 현실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에서든 산문에서든 경제 소재의 작품을 형상화하는데 부담이 따르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아쉽게도 10회 심사에서 대상은 뽑지 못했다. 그 대신 우수상과 가작을 각각 두 편씩 선정했다. 시 부문에서는 △정미경의 '속도를 벗다' △정율리의 '반달 매표소' △최재영의 '뿌리' △염민숙의 '시라시'가 최종심사에 올라왔다. 정미경 씨와 정율리 씨는 함께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반면 최재영 씨와 염민숙 씨의 응모작들은 골고루 우수했다. 어휘를 다루고 이미지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믿음을 줬다. '뿌리'는 '강인한 생명력'과 '어둠도 환한 불빛'이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시라시'는 시라시(뱀장어 치어)를 잡아 가계를 꾸리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