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4·16"] '안전이 복지다'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 문제와 그로 인한 피해, 그리고 안전의식 개선 필요성을 다양한 사례와 통계로 짚어보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 문제와 그로 인한 피해, 그리고 안전의식 개선 필요성을 다양한 사례와 통계로 짚어보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총 32 건
오전 6시30분. 서울 모처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으로 발을 들인다. 한 대기업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 공사현장이 내가 요즘 출근하는 곳이다. 현장 입구 한쪽에선 오늘 새로 온 신입들이 혈압과 당뇨를 체크하고 나를 포함한 인부들은 안전장비를 챙기며 익숙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6시40분. 체조장에 모인 인부들이 공종별로 줄을 서면 단상에 올라선 현장소장의 설명으로 아침조회가 시작된다. "오늘은 A동 3층 콘크리트 타설이 있습니다. 어제 B동에선 흡연실도 아닌데 몰래 담배 핀 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분이 없도록 주의해주세요." 뒤에선 현장관리자들이 인부들에게 술냄새가 나는지 안나는지 확인하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조금만 냄새가 나도 바로 음주측정기를 얼굴에 내미는데, 어제 좀 과음한다 싶던 김씨는 결국 귀가조치되는 모양이다. 음주측정과 동시에 안전장비 점검이 시작된다. 안전모는 썼는지, 턱끈은 묶었는지, 작업화가 닳지는 않았는지, 안전대는 착용했는지. 안전을 위해선 당연히 착용해야
"우리는 위생안전기준인증(KC인증)을 받았는데 위법입니까? 서울시에서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고 우리한테 위법인지 자꾸 물어보는데 KC인증만 받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면 공무원들도 잘 모른다고 하고…." 수도용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인 이모씨 얘기다. 이씨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수도용 자재가 필요한 인증들을 획득했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문제는 공무원들도 업체들이 받아야할 인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상수도법이 개정되고 2013년 1월26일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1년여 동안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 그 결과 상수도 비굴착 관로 내부공사에서만 무더기 위법사실이 드러났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해 발주한 294억원 규모의 노후수도관(상수도비굴착) 보수공사 13건 가운데 11건이 인증받지 않은 수도용 자재와 제품을 사용했다. 발주금액 기준으론 86%가 인증받지 않은 자재를 썼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누출사고. 국내 최대 화학물질 사고의 원인은 정부의 부실한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관리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경북소방본부와 환경부의 육군 제50사단에 대한 전문 인력 지원 요청이 묵살 됐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문 인력이 지원됐다면 예방은 물론 사후 대응이 원활히 이뤄졌고 피해도 휠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 8개월여가 흘렀지만 정부의 안전관리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정부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인력 240여 명이 전국의 산업단지를 포함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합동방재센터가 전국의 시설물 점검 등 예방과 출동 등 현장 사후 대응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 인력 40여명, 240명 전국 안전관리 전담= 현재 합동방재센터 인력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각종 재난을 일으킨 것은 결국 '안전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안전관리 수칙이나 정책에 대해 관심을 소홀히 했고 그걸 가볍게 여기면서 직업윤리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때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에 입주했던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사고 발생 몇 시간만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회사 사람들은 주요 전산센터와 별도로 원격지에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하게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정상만 한국방재학회 회장) 노사정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안전관리 시스템과 직업윤리'란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안전은 결국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오를 정도로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발전을 이뤘지만, 결국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며 사회복지시설의 '안전' 복지에 구멍이 드러났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를 대비해 모의훈련이 필요하지만 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없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는 요양원 527곳, 양육시설 25곳, 장애인시설(거주시설) 25곳이 운영되고 있다. 요양원 6곳, 양육시설 1곳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설이다. 서울시에서 이러한 시설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곳은 도시안전과인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각 복지시설을 담당하는 3개 과에서 시설관리를 포함해 회계서류 확인, 인권관련 문제, 소방시설 점검 등을 맡고 있다. 어르신복지과가 요양원을, 아동청소년과가 양육시설을, 장애인복지과가 장애인시설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시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각 시설물에 따라 담당부서가 관리 점검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운영하고 있다"며 "실제 화재를 포함한 재난 발생 시에는 소방방재청, 소방재난본부에서
지난 3월 철근부실 시공으로 공사가 중단된 세종시 1-4생활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행복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시공 주체들과 함께 현장 감리자에 부실공사 책임을 물어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해당 감리회사 2곳은 행복청에 철근공사가 제대로 진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철근시공 하청업체가 철근을 빼돌렸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추호식 행복청 주택과장은 "국토교통부 감리업무 수행지침에 따르면 철근공사가 잘 됐다는 사진 등 증거자료를 남겨둬야 하지만 그게 없었다"며 "설사 사진이 있다고 하더라도 레미콘 타설 과정에서 감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철근 부족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추 과장 말대로 건축 규정상 감리는 레미콘 타결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 타설되는 레미콘 양이 적절한지, 거푸집에 타설된 레미콘이 기포 없이 밀도 높게 공간을 채우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철근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알
"유해물질을 매일 다루지만 보안경, 마스크 등의 안전장비를 매번 착용하기가 거추장스럽고, 선배들도 착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요"(K대 신소재학과 A 학부생) "안전 교육 받았다고 사인은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요"(S대 식물생명과학과 B 대학원생) "시약보관용 냉장고가 있지만 자리가 없으면 일반 냉장고를 이용하기도 해요"(S대 동물생명자원학부 생명공학 C 학부생) 지난해 5월 세종대 공대 건물에선 브롬화수소가 누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두 달이 채 안 돼 자연대 건물식품공학과에선 폭발사고가 터졌다. 총 7명의 학생들이 피부괴사까지 초래할 수 있는 화상을 입었다. 뉴스를 접한 학부모들은 "그때 이공계 진학을 좀 더 신중하게 고민했어야 했다"며 "학교 보내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학, 연구기관 등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실 안전사고는 매년 약 100여건 씩 발생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40건, 2010년 129건,
지난 3월 9일 유성 낙하현상이 목격된 후 이튿날, 경남 진주시 대곡면의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운석으로 추정되는 암석이 발견됐다. '진주 운석'으로 화제가 된 이 운석이 만약 도심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우주물체가 추락하면 피해 규모가 매우 클 것"이라며 "진주 운석 낙하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우주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며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유성체가 폭발, 그 일대에 운석우가 떨어지면서 7000여채 건물이 파손되고, 약 1600여명이 부상을 입었던 사고만 보더라도 운석 추락의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구로 매일 100톤 이상의 자연우주물체가 낙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을 기준으로 볼 때 50cm급 소행성 추락 시 1000만명의 인명 피해와 2조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화재발생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선 안된다. 비상계단을 통해 피난안전구역을 찾아라. 이조차 어려우면 옥상으로 나와 구조대를 기다려라." 초고층 건축물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이 만든 '국민행동요령'을 요약하면 이렇다.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우신 골든스위트'(마린시티)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하자 후속으로 마련한 안전수칙들이다. 사실상 초고층 건축물과 관련한 중앙정부 차원의 유일한 '공식 매뉴얼'인 셈이다. 이 수칙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평소 입점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피훈련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피난계단 등 대피로를 숙지하게 돼 있다. 재난발생시 우선 건물 이용객은 긴급전화 119에 신고하고 안전관리자나 직원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차례대로 대피해야 한다. 압사로 인한 2차 피해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앞사람을 밀거나 당기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은 금물이다. 특히 이 행동요령이 강조하는 부분은 화재발생시 엘리베이터 이용을 피하라는 것이다. 대부분 전원이 차단되고 유독가스로
- 소방 고가사다리차도 24층이 한계…와류·안개잦아 헬기구조도 힘들어 - 美·日 등 재난관리자가 안전 책임…국내 단기교육 비전문가 겸직 허다 #서울시내 49층 주상복합에 사는 60대 주부 김미영씨(가명)는 요즘 워낙 주변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자 대피방법을 참고할 요량으로 관리사무소에 들렀다. 하지만 직원은 당혹스러워하며 "(화재 등의 사고시) 비상계단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이곳에 살았지만 대피훈련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김씨는 "대기업에서 지은 고가 아파트다보니 당연히 시스템이 잘 갖춰졌을 것으로 안심했는데 충격적이었다"며 "만에 하나 재난이 발생하면 속수무책 아니겠냐"고 답답해했다. #서울시내 또다른 초고층 주상복합에 사는 30대 직장인 한재민씨(가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끔 있는 입주자 소방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참여가 거의 없는 것같다"며 "거의 꼭대기 층에 살고 있어 비상
"정부와 국민이 사회재난을 해결할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태식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은 인명구조율 '0%'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의 무기력증과 불신을 타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들어 인적·사회적 재난, 자연재해 등이 계속 늘어나는데다 피해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도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부소장은 "정부만 탓할 게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2001년 '9·11테러'(사망 2936명, 부상 6291명) 복구현장에서 큰 역할을 해준 '시민군'(Citizencorps) 활동을 벤치마크할 만하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군은 현재 1억8000여명이 활동한다. 가장 많았을 때는 미국시민의 80%에 해
"여러 부처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정작 책임자가 없는 반쪽짜리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산업단지 입주기업 고위관계자) "부처간 권한이나 책임소재를 놓고 힘겨루기가 여전한 게 사실입니다."(유관기관 고위관계자)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단지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단지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정부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가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 직제에 반영되지 않은 협업기구라는 태생적 한계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센터장이 없고 부처간 이기주의가 여전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센터장 없고 부처 이기주의 여전 지난해말 본격 출범한 합동방재센터는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규조직이 아닌 협업기구다. 안전행정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소방방재청 6개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 등에서 파견된 인력이 협업체계로 운영한다. 다만 센터의 효율적 운영·관리를 위해 환경부가 간사 역할을 한다. 방재센터는 지난해 12월 구미를